TV도 영화도 노인 등장해야 뜬다
TV도 영화도 노인 등장해야 뜬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4.24 10:47
  • 호수 4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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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연속 대박…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도 인기

도서관 사서인 최은실(여‧30)씨는 지난 3월부터 방영된 ‘꽃보다 할배-그리스편’을 보는 재미에 푹빠졌다. 최 씨는 2013년 방영된 유럽편을 시작으로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매번 챙겨보고 있다. 또 최 씨가 지난해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국제시장’ 등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었다. 최 씨는 “뻔한 노인 이야기가 아닌 잘 몰랐던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과 영화 등에서 노인을 전면에 내세워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노인이 새롭게 ‘킬러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10% 전후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의 한 장면.

연극서도 강세… 이순재·강부자 등 나오면 매진 사례
노인콘텐츠, 앞으로 더 세분화 되고 다양화 될 전망

최근 방송가에서는 KBS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황금연못’의 지난 4월 18일 방송분 시청률은 8.2%. 매주 토요일 오전 8시30분에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같은 시간 방영된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6.7%) 등보다 앞서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지난 1월 보통 시청률이 2~3% 정도였던 이 시간대에 새로 편성돼 방송 3개월 만에 회당 시청률이 10%를 넘나들고 있다. 4월 20일 황금시간대 방영된 토크쇼 ‘힐링캠프’(5.4%)와 ‘안녕하세요’(6.4%) 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노인 콘텐츠’ 인기의 선봉장이었던 ‘꽃보다 할배’의 인기도 여전하다. ‘꽃보다 할배-그리스편’도 첫 방송 시청률이 시리즈 역대 최고인 10%를 기록했다. 케이블에서 시청률 3%만 올려도 ‘대박’이라 평가받는 상황에서 ‘꽃할배’는 ‘초대박’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노인 파워는 공연‧영화계로도 확산대고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의 집계 결과 지난해 연극계에서 최고의 ‘티켓 파워’로 꼽힌 남녀배우는 ‘황금연못’에 출연한 이순재(80)와 ‘친정엄마와 2박 3일’의 강부자(74)였다. 올해에도 원로배우를 기용해 노인세대를 공략한 연극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공연된 연극 ‘3월의 눈’은 총 15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배우 신구(79)와 손숙(71)을 주연으로 한 이 연극은 2011년 초연 후 4년째 매진 행진을 기록한 것이다.
영화 시장에서도 지난해부터 ‘수상한 그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국제시장’ 등 노인 관객층까지 겨냥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올해엔 박근형‧윤여정을 주연으로 내세운 ‘장수상회’, 노인 대상 떴다방을 주제로 한 ‘약장수’ 등이 개봉돼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인 콘텐츠의 강세는 50~60대 베이비부머들이 문화 시장의 ‘큰손’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계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매체로 TV를 꼽은 비율이 60세 이상은 92.8%, 50대는 69.3%였지만, 20대(13.7%)와 30대(24.4%)의 비율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50~60대를 공략해야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큰 인기를 얻은 노인 콘텐츠는 기존의 노인상과는 색다른 면을 보여주면서 20~40대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노인을 대상으로 한 쇼핑몰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건 ‘지팡이’다. 지팡이 판매 사이트는 2000년대 들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지팡이=노인’이란 인식 때문에 더딘 성장을 보였다. 최근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지팡이가 등장하면서 ‘지팡이=패션’이란 인식이 확산됐고 현재는 패션 지팡이 판매 업체가 20여 곳 이상 성업 중이다. 이밖에 돋보기를 비롯한 소품, 노인 전문 의류 판매점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한 지팡이 판매업체 관계자는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팡이를 패션 소품으로 활용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 콘텐츠의 강세는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세분화되고 확산될 전망이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정의준 교수는 “베이비부머의 편입 증가로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들이 늘고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노인 콘텐츠가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노인층도 좀더 세분화되고 각층의 요구를 수용하는 콘텐츠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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