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지진 사망자 5천명 넘어… 예고된 재앙 대비 못해 피해 키워
네팔 대지진 사망자 5천명 넘어… 예고된 재앙 대비 못해 피해 키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5.04 09:14
  • 호수 4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25일 오전 11시55분(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 람중 지역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4월 30일 현재 5000여명이 사망하고 1만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긴급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나 무너진 건물들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데다 중상자들도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이 발생한 지점은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81km, 대표적 휴양·관광도시인 포카라에서는 동쪽으로 68km 떨어진 람중 지역이다. 진원의 깊이는 약 11km로 얕은 편이다.
이날 정오 무렵 강진이 발생하자 건물 상당수가 폭탄공격을 받은 듯 힘없이 무너져 내렸으며, 도로가 갈라지고 교량이 두 동강 났다. 특히 상당수 주민들이 허술하게 지어진 흙벽돌 집에 살고 있어 피해가 컸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관광지 사원이 무너졌고, 도심의 건물과 주택들이 종잇장처럼 구겨져 내렸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벽돌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거나 매몰됐다. 구조돼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히말라야 트레킹 지역에서도 산사태로 고립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네팔의 문화유적도 무참히 파괴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빔센(다라하라) 타워’가 무너진 것은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1832년 네팔의 첫 총리가 세운 빔센 타워는 한때 네팔 왕이 즉위식을 거행하던 장소로 카트만두의 중요 문화재이자 가장 큰 관광지이다. 이번 지진으로 폭삭 무너져 주춧돌만 남았다. 또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등 네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총 7곳 가운데 4곳이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네팔의 옛 왕국과 수 백년된 사원 등 오래된 건물의 상당수가 무너졌다.
네팔과 국경을 접한 중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에서도 피해가 발생해 이들 국가에서도 40여명 이상이 사망했다. 네팔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 높이 에베레스트산도 지진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눈사태가 일어나면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있던 10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했다고 네팔 관광청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에베레스트 산에 고립된 등반객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진의 공포가 네팔을 휘감고 있다. 처음 지축을 흔들었던 규모 7.8의 강진 이후에도 땅바닥을 흔드는 여진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생존자들도 언제 집이 무너질지 몰라 바깥에서 노숙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도인 카트만두가 대형 텐트촌을 방불케 한다는 게 현지에서 전해온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다. 부상자들에 대한 응급처치는 고사하고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네팔 전체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네팔 대지진은 예고된 재앙이었다. 지진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 2월 3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대지진 참사 직후 다음 차례는 네팔이며 지진 규모는 8.0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지진 규모 7.8에 거의 근접한 전망이다.
네팔이 대지진 유력 지역으로 떠올랐던 것은 두 거대한 지각판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네팔이 에베레스트산 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나라이지만, 2500만 년 전 인도판이 유리시아판과 충돌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바다 속에 있었다. 인도판이 계속 유라시아판을 밀어 올리면서 융기하기 시작했고 그 충돌 에너지가 수십 년을 주기로 계속 지진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팔에서는 1934년에도 규모 8.1의 지진이 네팔 남동부를 강타해 1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988년에도 같은 지역에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1000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1255년에는 대지진으로 땅이 갈라져 당시 국왕까지 죽었다는 기록도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번 대지진 유력 지역으로 터키의 이스탄불을 꼽고 있다. 이스탄불은 지난 1999년 동쪽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1만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터키 정부는 건축규정을 강화해 다가올 지진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한뜻으로 네팔 참사에 구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재난구호팀, 국제의료진이 신속히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긴급 지원금에 이어 구호선발대를 현장에 파견했다. 현재로선 질병의 확산을 막는 일도 급선무다.
우리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적극 펼치는 한편 이번 참사를 다시없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딴 세상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 앞에 닥칠 천재지변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피해를 줄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안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향후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