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서약서'
'효도서약서'
  • 관리자
  • 승인 2007.05.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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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7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지하철역 만남의 광장 플라자에서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시노인학대예방센터가 주최한 ‘노인학대 사진전’이었다.

 

필자는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전시회를 보게 되었다. 전시물은 주로 노인들이 배우자 또는 자식에게 구타당해 생긴 상처를 찍은 끔직한 대형 컬러사진들이었다.

 

장소가 원래부터 통행인이 많은 곳인데다가 롯데백화점 지하 1층과 대형서점인 ‘리브로’로 연결되는 진입구여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구경하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많은 사진들과 함께 노인학대예방 홍보포스터도 게시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노인학대, 더 이상 노인 개인, 그 가족들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라는 것이었다.

 

다른 포스터에는 노인학대가 무엇이고, 노인학대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가를 계몽하는 글과 함께 노인학대 신고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포스터에는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해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노인학대 유형에는 신체적 학대, 언어·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재정적 학대, 방임 학대, 유기 학대의 6종이 있다고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특히 흥미를 끈 것은 전시장 한 구석에 마련된 ‘효 서약서’ 서명 탁자였다. 필자가 잠깐 지켜보는 동안 몇몇 젊은 사람들이 그 곳으로 다가가서 사인을 했다. 하기야 새삼스럽게 효도를 서약한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할 터이니, 관람객들이 사인을 안 하더라도 전시회를 보고 느낀 바가 있다면 행사는 그 만큼 효과를 올린 셈이다.


서울시노인학대예방센터는 5월 22일에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동일한 내용의 사진전시회를 여는 등 앞으로 장소를 옮겨가면서 행사를 계속 열어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경각심을 일깨우는 이런 계몽행사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센터는 지난 4월에 서울시니어아카데미와 노원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 예방교육도 실시했다고 한다.

 

이 역시 누구보다도 당사자들이 학대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수확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노인학대 문제는 유교적 윤리관이 흔들리고 대가족제도가 핵가족으로 전환되면서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젊은층이 옛날처럼 무조건 부모를 봉양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한 일부 부모들은 자식에게 구박을 받고 심한 경우 구타를 당하는 불행한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경제 침체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빈곤층에는 부모를 봉양할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져 부모와 자식간에 불화가 생기고, 그 불화가 악화되면 노인학대로 이어진다. 직계 자식, 특히 부모를 부양할 책임을 가진 맏아들이 노인학대를 가장 많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인학대 문제를 더 이상 당사자들의 집안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국가가 개입해서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추진되어야 한다는 운동이 사회 각계에서 전개되면서 지난 2004년 1월 노인복지법 개정이 실현됐다.

 

새 법에 근거해서 그 해 12월 8일자로 전국적으로 통일된 노인학대 신고전화도 개통되는 등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가 시작되었다. 당시 노인학대 예방에 앞장 선 단체 중 하나가 이번에 전시회를 주최한 서울시노인학대예방센터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천주교 까리따스수녀회 유지재단이다.

 

이 재단은 지난 2004년 노인학대예방센터가 서울시 소속으로 새로 설립됨과 동시에 그 운영을 맡아왔지만, 사실은 그 보다 훨씬 전인 2000년부터 서초구 방배동의 까리따스방배종합사회복지관을 운영하면서 노인학대 실태 조사 및 상담을 실시하고, 세미나도 개최해 왔다.


이 재단의 활동이 앞으로 고령화시대 노인문제 해결에 많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 예상된다. 또 이 같은 전시회를 계속하면서 계몽활동을 강화한다면, 최악의 가정윤리 파괴인 노인학대를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천주교 수녀회 같은 종교단체가 노인학대 예방운동에 앞장섬으로써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효의 중요성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효도 서약서’를 쓰도록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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