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힘든 은행 콜서비스, 노인들은 속이 탄다
연결 힘든 은행 콜서비스, 노인들은 속이 탄다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06.05 13:38
  • 호수 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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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ARS 통해 상담원 연결까지 평균 1분 훌쩍 넘어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 통화 요금까지 부담

김 모(75·여)어르신은 수년간 이용해온 주거래은행이 옆 동네로 이전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하철로는 두 정거장 거리지만 은행 상품이나 적금 등을 문의 하러 갈 때마다 1시간 이상을 소요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집에서 할 수 있는 은행 ARS(자동응답시스템) 서비스를 이용해 봤지만 상담원 연결마저 쉽지 않았다. 손녀 같은 은행원이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사용법을 알려줬지만 너무 어려워 차라리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 방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대안은 ARS서비스지만 기본적인 상품 상담조차 쉽지않다.
2014년 한국은행이 집계한 ‘주요 금융기관 점포수’ 통계를 보면 국내의 모든 영업점은 7433개다. 2013년과 비교해 268곳이 줄어들었다. 은행들이 달라진 영업환경에 맞춰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위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근처 지점과 병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많은 어르신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김 어르신은 “전화를 걸어도 상담원 연결조차 힘들 때가 많다”며 “아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귀찮아 할까봐 내가 직접 은행에 가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가보면 젊은이들보다는 노인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용자는 많은 데 오가는 시간은 많이 걸리고 한번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르신들이 즐겨 이용하는 은행 ARS서비스에 대한 불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은행의 ARS 실태를 조사한 금융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상담원 연결까지 평균 1분 이상이 걸리고 요금도 통화당 평균 376원(휴대폰 기준)을 이용자가 부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은행별 ARS 서비스 종합순위에서는 신한은행이 종합 1위를, 한국씨티은행이 2위, 우체국이 3위를 차지했으며 우리은행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평가는 소요시간 점수, 관찰자 체감점수, 시스템 점수, 상담점수, 연결 전 소요시간, 상담 소요시간, 관찰자 시스템 평가, 관찰자 상담원평가 등 8개 부문을 평가해 종합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측정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의 관계자는 “종합평가에는 상담원까지 연결되는 시간에 가장 많은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어르신들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민원도 이 부분에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신한은행이 49초로 연결시간이 가장 짧았고, 한국시티은행이 58초, 우체국 60초순이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결국 ‘빠른 연결’이었다. 하지만 상당수 은행들은 반복적인 대기음악, 신규서비스안내 등으로 연결을 지연시키며 불만을 키웠다. 종합평가에서 꼴찌를 한 우리은행은 연결시간이 109초로 신한은행의 2배를 웃돌았다.
금융소비자연맹은 해외와는 달리 ARS 상담 비용도 소비자가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조사 결과 ARS를 무료로 제공하는 은행은 국내에서 대구은행이 유일했다. 국내 은행들이 ARS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함에 따라 부담하는 평균 요금(휴대폰 기준)은 376원이며 연간 비용은 3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내 이용자들은 상담원 연결지연 등 이용상의 불편뿐 아니라 전화통화에 따르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창구거래보다는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고객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어르신들의 불만이 높아졌다”고 말하고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시는 ARS 편익 증대를 위해서는 상담원 연결 시간 단축, ARS 이용 가이드 제시, 이용에 따른 비용을 은행이 전담(080번호 구축 및 안내)하도록 하는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찬필 기자 jcp@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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