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여성 아카펠라팀의 좌충우돌 도전기
꿈 많은 여성 아카펠라팀의 좌충우돌 도전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6.05 13:52
  • 호수 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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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치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 영화는 화려한 의상과 춤 등 쇼·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해 세계 음악시장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아카펠라를 내세워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졸업 앞두고 팀 해체 막기 위해 세계대회에 도전하는 여대생들
화려한 의상과 춤 결합한 아카펠라… 미래가 어두운 관객 위로

지난 5월 27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대학생 구직자 330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취업준비’(취업캠프, 컨설팅 등 참가)라고 답한 비율이 46.68%로 가장 많았다. ‘인턴십 등 직무경험’(16.66%), ‘자격증 준비’(13.33%), ‘토익 및 어학공부’(6.67%) 라고 답한 것까지 포함하면 80% 이상이 취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초년생 뿐만 아니라 은퇴한 노인들에게도 일자리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렇듯 미래에 닥칠 문제가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사회에 나가기 전 자신들의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대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피치퍼펙트: 언프리티 걸즈’이다.
영화는 대학 졸업을 앞둔 아카펠라 팀의 좌충우돌 세계대회 도전기를 다룬다. 3년 연속 전국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여성 아카펠라 팀 벨라스는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대통령 생일 기념공연에 초청을 받는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된 후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팀이 징계를 받아 해체될 위기에 놓인다.
이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세계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것. 하지만 벨라스 앞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고 대학 졸업을 앞둔 멤버들은 사회생활에 대한 준비와 대회 참가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오랜 방황 끝에 다시 팀을 재정비한 벨라스는 세계대회에 출전하게 되고 그들의 마지막 도전은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다.
영화는 지난 5월 15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해 현재 우리나라 극장가에서도 큰 인기를 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을 제치고 2주 연속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 영화의 중심축인 아카펠라의 매력 때문이다. 아카펠라란 반주 없이 합창을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사람 목소리로 드럼 등 악기소리를 내 리듬감을 높이고 화려한 의상과 춤 등 쇼‧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해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영화에서 벨라스는 개성 강한 멤버들의 목소리로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또 벨라스의 라이벌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독일 아카펠라 그룹 ‘다스 사운드 머신’(DSM)을 등장시켜 극중 긴장감을 조성했다. DSM은 전자 사운드로 무장하고 혼성 아카펠라 팀으로 독특한 음악색에 역동적인 안무를 더한 남다른 공연을 선보인다.
또 부유한 아카펠라 광팬의 집에 초청돼 벌이는 ‘아카펠라 배틀’도 영화에서 주의 깊게 감상해야 할 부분이다. 배틀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즉흥적으로 팀별로 주제에 맞는 노래를 번갈아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자신에게 공이 넘어왔을 때 끊기면 패배를 하게 된다. 벨라스를 포함해 배틀에 참가한 다섯 팀이 상대팀을 제압하려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하는 부분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아울러 기존 음악영화가 음악에 초점을 맞춰 밋밋한 전개를 보였다면 이 영화는 ‘몸개그’를 비롯한 여대생들의 통통 튀는 코미디를 가미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육중한 몸을 가진 ‘펫 에이미’가 곰을 잡기 위해 설치한 부비트랩에 걸리는 장면에서 특히 많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미국식 코미디를 구사하기 때문에 일부 장면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생소한 미국식 언어유희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또한 미국 문화를 잘 모르면 쉽게 웃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니 세계대회 참가라는 큰 줄기의 이야기와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120분의 상영시간을 90분으로 줄여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뺐으면 완성도가 더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음악선택이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최근 몇 년간 히트한 팝음악들이다. 최근 팝음악 동향을 예의주시한 관람객은 색다르게 편곡된 노래를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음악을 잘 모르는 나이 많은 관객층은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는 부분이다. 이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악을 현대적으로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은 청량한 느낌이 든다. 벨라스의 좌충우돌 모험기가 주는 힘이다. 벨라스는 백인, 황인, 흑인으로 구성됐다. 키가 크고 작은 멤버도 있고 뚱뚱하거나 마른 사람도 있다. 마치 세계 곳곳의 여성들을 한데 모은 것 같다.
이들은 사회 진출을 앞둔 보통의 여자들처럼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리고 아카펠라를 통해 이 두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막연한 미래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영화는 졸업 이후 벨라스가 어떤 삶을 사는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인생을 즐기는 이들이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를 알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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