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소양강댐 수위 역대 최저치… 농업용수 이어 식수난도 우려
가뭄에 소양강댐 수위 역대 최저치… 농업용수 이어 식수난도 우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6.12 13:26
  • 호수 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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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전국을 엄습하고 있다. 즐겨 찾던 곳에 사람의 발길이 줄었고 도로에는 차도 많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기 더 어려운 문제가 압박해 오고 있다. 가뭄이다. 농촌에서는 올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메르스의 무게에 가려 가뭄 현장에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중부지방의 가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겨울 가뭄이 현재까지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11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5~30㎜ 정도의 강수량에 불과해 가뭄 해갈에는 역부족이다. 40여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6월 9일 한국수자원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남한강 수계의 충주댐 저수율이 23.3%, 북한강 수계의 소양강댐 저수율은 27.3%로 모두 예년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소양강댐 수위는 153.9m로 댐 준공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150m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 생산 중단을 고려해야 할 형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경기·강원의 올해 1~5월 누적 강수량은 153.3mm로 전국적 기상 관측이 실시된 지난 1973년 이후 역대 3번째로 적은 양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매년 6월쯤 시작되는 장마가 올해는 7월로 늦어져 당분간 큰 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기상청은 “남해안과 제주도는 평년과 비슷한 시기에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나 그 밖의 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이 지연되면서 장마가 평년보다 다소 늦게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맑고 건조한 날이 이어지면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함께 서울‧경기도‧강원도 등 중부지방의 가뭄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 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어찌어찌 간신히 장마 때까지 버틴다고 하더라도 중부지방의 가뭄이 가을까지 이어져서 가을 태풍시기가 지난 후에도 저수량이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면 내년의 물 부족과 이로 인한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앞으로 열흘 내 큰 비가 오지 않으면 소양강댐 수위가 150m 아래로 떨어져 농업용수 등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발전도 중단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그럴 경우 수도권 일대 식수와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가뭄의 피해는 우선적으로 농가에 간다. 올해 한강 이북의 농가는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시설농으로 자연의 영향을 많이 비켜가기도 하지만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면 그것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사에 대한 피해 뿐 아니라 장바구니 물가도 급등해 가계경제에도 심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주름살이 깊어질 전망이다. 방문객이 74만 명에 달했던 초대형 지역 행사인 ‘인제 빙어축제’는 지난 겨울 가뭄으로 아예 열리지도 못한 채 막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가뭄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비상급수체계 운영에 나섰다. 강원도는 지난 6월 4일부터 ‘가뭄극복을 위한 영농 종합대책’ 시행에 들어갔다. 도는 가뭄 조기 극복을 위해 도 예비비 20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결정하고 이와는 별도로 농림축산식품부에 55억원의 국비 특별지원을, 국가안전처에 3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건의했다.
충북도 역시 읍·면이 보유한 3800대의 양수기를 총가동해 밭작물 생육에 지장이 없도록 농업용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 식수가 부족한 지역에는 급수차와 물탱크 등 381대의 장비를 가동해 비상급수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경북도는 가뭄 피해 예방을 위해 3일 용수개발비 20억원을 시·군에 긴급 지원하고 시·군부단체장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는 가뭄이 심한 지역의 들샘, 하천 굴착 등 간이용수원 개발과 기존 관수장비 보강을 위해 용수개발비를 지원하고, 각 시·군은 지역 실정에 맞는 대책을 수립·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기상현상은 태풍이나 홍수, 쓰나미가 아니라 은밀하고 완만하게 닥치는 가뭄이라고 한다. 일단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매년 반복되는 가뭄에 국가안보차원에서 근본적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표준화해 관리할 국가차원의 ‘통합 가뭄정보센터’도 설치하고 지자체별 특성을 살려 다각적이고 안정적인 취수원 확보에도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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