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잠복기 14일 뒤에도 발병해 긴장… 자가 격리자 무단이탈도
메르스, 잠복기 14일 뒤에도 발병해 긴장… 자가 격리자 무단이탈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6.19 11:38
  • 호수 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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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메르스는 좀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6월 18일 현재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자는 165명, 사망자 23명, 퇴원자 24명, 격리자는 6729명에 달한다. 격리에서 해제된 사람(3951명)까지 더하면 이번 사태로 격리를 경험한 사람은 1만459명이라는 통계다.
이날 추가된 확진자 3명 가운데 163번째 확진자는 119번째 확진자가 아산충무병원에 입원한 기간인 지난 5~9일 같은 병동 의료진이었고, 164번째 확진자는 75번째, 80번째 확진자가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 같은 병동의 의료진이다. 165번째 확진자는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이며,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모두 병원 내에서 감염된 사례로, 병원을 찾은 환자 보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강한 보호자·문병객·의료진·병원직원 등의 감염자가 많아 면역력이 약한 경우 쉽게 감염된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자가 격리자들이 무단으로 외출하거나 병원 격리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청주에서 메르스 자가 격리 대상자인 50대 여성이 답답하다며 외출하는 일이 벌어져 보건당국 등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며, 전북 순창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부부는 필리핀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재난 상황에서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메르스 최장 잠복기인 14일을 넘겨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메르스 확진자 가운데 최소 8명은 메르스에 노출된 지 18~20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잠복기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날로부터 증상이 발현된 날까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례를 근거로 메르스 잠복기를 2~14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잠복기를 한참 지나 확진 판정이 나는 사례가 늘면서 잠복기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잠복기 내에 증상이 발현됐으나 자각이 늦어졌거나, 확진이 늦어진 탓이라며 현재 잠복기 기준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환자가 노출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발열 전 나타난 근육통 등 다른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잠복기 이후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잠복기를 넘긴 환자 발생은 메르스 사태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새로운 변수다. 잠복기를 근거로 설정된 14일 격리기간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보건당국이 이같이 잠복기 기준을 고수하면서 잠복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격리에서 풀려난 80대가 격리 해제 사흘 뒤 확진 판정을 받는 일도 실제로 벌어졌다. 경기도 평택시는 지난 16일 “굿모닝병원에 격리됐다 지난 14일 퇴원한 김 모 어르신(80)이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김 어르신은 17번 환자(45)와 지난달 27~30일 굿모닝병원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다 격리됐다. 격리 기간 중에는 네 차례 메르스 검사를 받았는데, 1~3차에선 음성으로 나타났고 14일 이뤄진 4차에서는 ‘판정 불가’ 결과가 나왔다. 그 후 보건당국은 일단 잠복기 14일이 지났다고 판단해 김 어르신을 퇴원시켰다. 하지만 5차와 6차 검사에서 모두 양성으로 판명돼 확진자로 분류됐다.
잠복기를 넘긴 환자 발생에 대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메르스 발병 후 초기 대응 실패로 조기 진화 기회를 놓친 방역당국과 병원에 대한 불신에 있다. 발병 초기 ‘환자와 2m 이내, 1시간 이상 접촉’으로 방역 그물망을 허술하게 짜면서 감염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도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와 응급실에서 접촉한 사람을 ‘밀접 접촉’으로 너무 협소하게 잡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
방역당국은 6월 말까지 메르스 사태를 잦아들게 하겠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당국이 해외유입 신종 감염병만이 아니라 전체 감염병에 대한 인식과 대응능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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