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테크] 노년기를 여유롭게 보내는 老테크 포인트
[老테크] 노년기를 여유롭게 보내는 老테크 포인트
  • 박영선
  • 승인 2007.05.25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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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펀드·역모기지·연금형 예금 등 유력

노후대책은 어르신 스스로 해결하는 시대
30년간 7억5천만원 노후자금 마련 필수

 

노인들에겐 짧게 사는 것도 걱정, 오래 사는 것도 걱정이다. 짧게 살면 억울하고, 길게 살면 늘어난 만큼의 생활자금이 걱정이다. 특히 노년기에는 의료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시기다.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시간은 넘쳐나는데 건강과 돈이 부족해 고생을 하게 된다. 노년기를 여유롭게 보내는 재테크 포인트를 알아보자.

 

◇자식에게 사업자금 대주고 쪽박 인생 전락
이른 아침에 일어나 폐휴지를 줍는 일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전모 할아버지. 불과 이태 전만해도 자신의 예순 다섯 인생이 쪽박을 차리라고는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모든 게 자식들 때문이었다. ‘그때 그 돈만 해주지 않았더라면…’ 발등을 찍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때 자식들에게 돈을 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삼십대 중반의 장남은 “사나이로 태어나서 이제 뜻을 펼칠 때가 되었다”며 연일 집을 찾아와 사업자금을 대달라고 졸랐다. 버티다가 결국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내주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번엔 둘째 아들 차례였다. “자랄 때 장남, 차남 차별대우 받은 것도 못내 서운한데 커서까지 그럴 수 있냐”며 졸라댔다. 하는 수 없이 차남에겐 집을 잡혀 대출을 해주었다. 처음 몇 달은 이자를 잘 갚나 싶었지만, 계속 밀렸다. “사업이 안 되니 아버지께서 대신 해결해 달라”며 자취를 감추었다.

 

졸지에 퇴직금 한 푼 없는 데다, 은행에 억대의 빚을 지게 된 전 할아버지는 아내와 함께 매달 이자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잡일을 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무자식 상팔자’란 말을 지금처럼 실감하게 된 때가 없다고 한다.

 

◇PB 뱅커와 상의하며 자산 포트폴리오 구상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삼성동의 모 아파트에 사는 이모(66) 할아버지는 수시로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와 만나 자신의 자산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짜며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상의를 한다.

 

남들은 은퇴해서 쉬는 나이에 무슨 재테크냐고 하지만, 이 할아버지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수명 66세면 큰 탈이 없는 한 앞으로 20년은 더 산다는 게 이 할아버지의 생각이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긴 기간이다. 그 기간 동안 뒷짐 지고 살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 할아버지는 “노력은 젊었을 때만 하고 늙으면 안 해도 된다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며 “젊었을 때부터 ‘모아온 돈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고 크게 만들 수 있을까’가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화두였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대전시에 사는 80대의 김모 할아버지는 6년 전 함께 살던 아들 부부에게 전 재산 1억여원을 넘겨준 후 며느리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전 재산을 넘겨받은 며느리가 “하는 일 없이 밥만 축 낸다”며 구박을 하는데, 아들은 이를 보고 외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후대책 왜 급선무일까
노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들리면서 나이가 들어도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 사회분위기도 노후를 자녀에게 의탁한다는 건 이제 흘러간 노래가 되어 버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자식과 떨어져 사는 비율이 1990년 25.8%에서 1995년에는 36.5%로, 2000년에는 44.9%로 늘어났다. 이제 노후대책은 노인 스스로가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6세로 매년 3개월가량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20년 뒤에는 5세 더 늘어난 83.6세에 도달하게 된다. 20대 중후반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평균적인 정년을 55세로 가정해 보면, 30년을 벌어서 30년 가까이 또는 그 이상을 소득 없이 살아가야만 한다.

 

은퇴 이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은퇴생활에 소요되는 비용은 월 210만원 선. 30년 동안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7억5000만원의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의 돈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불안정한 노후생활을 막으려면 사전에 재무 설계를 세우고 그에 따라 필요한 밑알(nest egg)을 미리 마련해 나가야 한다.

 

◇목돈펀드에 투자하고 수익은 월급처럼 받아
매달 생활비가 걱정이라면 ‘생활비 펀드’라 불리는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펀드가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선 일본의 경우 생활비 지급형 펀드가 공모펀드 시장의 30%를 넘고 있다. 지급방식도 매월, 매분기, 격월 등으로 다양하다.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만으로는 노후생활이 힘든 경우, 퇴직금이나 여유자금을 한꺼번에 금융기관에 넣어두고 이자만 받거나, 원금과 이자를 함께 받아 매달 생활비에 보태는 방법이 있다. 보통예금에 넣어두면 거의 이자도 못 받지만, 이런 상품에 넣어두면 운용 성과에 따라 높은 수익을 되돌려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수익형 상품으로 원금보장은 불가능하다.

 

HB ASSET 김경민씨는 ‘아이러브평생직장 채권형 펀드’와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 주식형 펀드’가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목돈을 투자하고 수익을 매달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아이러브평생직장 채권형 펀드’는 철저히 안정성을 추구한다. 주로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서 돈을 굴리고 연 5.3%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다만 매달 지급하는 돈은 ‘콜금리+0.25%’를 준다. 4.5%의 콜금리를 기준으로 하면 연 4.75%를 돌려받고 0.5%는 계속 펀드에 쌓이게 된다.

 

쌓아놓은 0.5%는 여행을 가거나,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찾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맡기면 매달 약 40만원의 돈을 받고 5만원 안팎의 돈은 다시 펀드에 쌓이는 것이다. 대한투자증권과 농협, 우리은행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 주식형 펀드’는 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해 공격적으로 운용된다. 이 펀드는 무조건 원금의 0.7%를 매달 지급한다. 1억원을 맡겼으면 매달 70만원을 받는다. 주식형 펀드이다 보니 주가의 등락에 따라 원금이 불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 펀드는 원금이 어떻게 변했느냐에 상관없이 매달 70만원을 준다. 주가가 올라 1억원의 원금이 2억원이 되면 그만큼 오랫동안 받을 수 있다. 투자금이 반 토막 나 5000만원이 되면 그만큼 짧게 받는다. 대한투자증권, 우리은행에서 판매한다.

 

◇은행권에 예금 들고 연금 타서 생활비 조달
맡겨 놓은 목돈의 규모에 따라 원리금을 함께 돌려주는 형태다. 구조는 상품마다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만기 3년짜리 정기예금(금리 연 4.9%)에 예치했을 때 원리금 만기 지급식은 1억1244만원을 한꺼번에 지급한다. 월 이자 지급식은 이자 34만5000원을 매월 지급한다. 그런데 연금형 지급방식을 선택하면 매월 293만원씩 3년 동안 원리금이 분할 지급된다.

 

하나은행의 ‘하나셀프디자인예금’, 우리은행의 ‘뷰티플라이프 정기예금’, 국민은행의 50세 이상 고객을 위한 ‘KB시니어웰빙통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 원리금 수령액을 최장 31년까지 늘려서 받을 수 있다. 받는 돈의 액수도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바꿀 수 있는 것이 장점. 예를 들어 연 4.9%의 금리로 1억원을 맡기고 3년 뒤 만기에 5000만원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설계하면 3년 동안 매달 164만원을 받고, 만기에는 나머지 5000만원을 찾아갈 수 있다.

 

우리은행의 ‘뷰티플라이프 정기예금’은 1개월, 3개월 또는 1년마다 원하는 지급기간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나눠 받을 수 있다. 가입금액은 500만원 이상이다.

 

국민은행은 50세 이상 고객을 위한 ‘KB시니어웰빙통장’을 팔고 있다. 이 상품은 원리금 분할 지급이 가능할 뿐 아니라 5000만원 이상 가입 고객에게는 전문 의료진이 연 4회 의료 상담을 해주고, 5000만원 미만 고객들은 전국 제휴 검진센터에서 예약대행 및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억원 이하 주택 종신형 역모기지 활용
역모기지론은 별다른 소득 없이 집만 가지고 있는 고령자들이 자신의 소유 주택을 담보로 해 노후생활 자금을 연금형식으로 대출받는 제도.

 

종신형 역모기지론은 65세 이상으로 6억원 이하의 집을 가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 가입자 본인과 배우자가 죽을 때까지 정해진 월 지급금을 받기 때문에 종신 생활비를 보장받으면서도 살 집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는 6.5%의 대출 금리를 적용한다. 따라서 65세의 노인이 3억원짜리 주택으로 역모기지에 가입했을 경우, 매달 약 85만원을 받게 된다. 이는 기존 시중은행의 월 지급금 약 55만원 보다 많은 금액.

 

가입자가 일찍 사망해 대출받은 생활비가 주택가격에 못 미쳤을 때는 정산한 뒤 남은 금액을 상속인에게 돌려주는 반면, 오래 살아서 대출금이 주택가격을 초과하더라도 사후 추가 상환액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가입 자격에 제한은 없지만, 담보대상 주택이 6억원을 초과하면 안 된다. 또 부부가 만 65세 이상이면서 1세대 1주택으로 전세나 근저당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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