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 투자 등 미끼 중장년 노후자금 노린다
해외·교육 투자 등 미끼 중장년 노후자금 노린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07.10 11:40
  • 호수 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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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투자사기 기승… 취업 구실로 개인정보 빼내기도
고수익 투자는 일단 의심… 개인정보 요구 시 단호히 거절해야

운수업을 하던 A씨(51)는 지난해 5월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천모씨로부터 캄보디아 ‘카사바’(고구마 유사작물) 재배수출 사업체 투자제안을 받고 5000만원을 건넸다. 캄보디아 현지시찰까지 직접 가본 터라 믿고 돈을 송금했는데, 얼마 후 천씨는 잠적해버렸다.
알고 보니 천씨가 운영 중인 회사의 실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현지 사업의 수익성이 줄어들자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회사의 실정을 건실하게 포장해 투자금을 받아낸 것이다. 피해금액은 총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지난 4월 천씨를 편취 혐의로 구속한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그의 사기행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피해자들은 대부분 A씨와 같이 노후를 고민하던 50~60대였다.
B(52)씨도 비슷한 유형의 투자사기 피해를 입었다.
이모씨 등 일당은 경기 광주 한 야산에 유골을 화장한 뒤 나무 근처에 묻거나 뿌리는 이른바 ‘수목장공원’을 조성한다며 B씨를 비롯한 52명에게 접근해 한 사람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가로챈 뒤 달아났다.
1년 안에 투자금을 3배로 불려주겠다는 약속을 철썩같이 믿은 B씨는 허탈감에 땅을 쳤다. 알고 보니 이곳은 시청의 허가도 받지 않은 곳이었다. 이모씨 등은 사기 과정 중 직접 사업 현장을 보여주거나 가짜 주식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며 의심을 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해자 대부분은 B씨와 같이 은퇴 후를 계획 중이던 50대 이상이었다.
B씨는 “현장 확인까지 해 의심 없이 돈을 건넸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이혼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이처럼 정년 은퇴가 본격화된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금 등 노후자금을 노린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은퇴는 했지만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계속 직업을 가져야 하거나 지속적인 수입원이 필요한 ‘반퇴자’들의 심리상태를 파고드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엔 유령 사업체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소개해 신뢰감을 얻는 등 그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다른 일당들은 인터넷 영어강의 콘텐츠 사업으로 총 14억여원을 챙겨 달아났다 붙잡혔다.
이모(52)씨와 그의 아들은 금천구와 관악구 일대에서 필리핀에서 제작한 인터넷 화상 영어강의 사업을 한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끌어 모은 뒤 각종 수당 지급을 미끼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속였다.
피해자들은 대부분은 60대로 일자리에서 은퇴해 노후를 준비 중인 상태였다. 이들은 “생소한 분야긴 하지만 교육 사업이라 남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고 직접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기에 의심 없이 투자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사기가 더욱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노후를 위한 투자에 앞서 해당 업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제승의 오진욱 대표변호사는 “높은 수익금을 미끼로 투자 유혹을 한다면 더욱 사기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며 “미심쩍은 투자 권유는 단호히 거절하고, 투자처에 대한 모든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등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경기 불황 여파로 중도 퇴직한 중장년층을 노린 ‘사기성’ 취업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이들의 조급한 심리 상태를 교묘히 파고드는 게 특징이다. 입사가 결정되기도 전에 업체측에서 개인정보를 요구해 제공했다가 이것이 범죄에 이용돼 낭패를 보기도 한다.
구인정보 제공업체 ‘벼룩시장’ 이동주 본부장은 “대다수의 기업들은 최종합격 전에 주민등록등본, 통장사본, 통장 비밀번호, 인감증명서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만약 이럴 경우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발을 빼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자격증 취득 시 월 300만원 보장’ 등의 높은 수입을 제시하며 자격증 취득을 요구하거나 자격증이 있어야 취업을 시켜준다고 유혹하는 업체들도 의심해볼 것을 권한다. 이 경우 정부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 자격증이 대부분이며, 혹여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취업 된다는 보장도 적기 때문이다.
이동주 본부장은 “고령 취업사기 예방의 핵심은 의심이다”라며 “만약 피해가 생겼다면 혼자서 해결하기 보단 가족이나 전문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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