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기저귀’ 시장 급성장… 속옷 같은 제품 인기
‘성인용 기저귀’ 시장 급성장… 속옷 같은 제품 인기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07.17 13:56
  • 호수 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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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시니어 용품만 전문 취급하는 매장이 등장했다. 사진은 종로에 위치한 유한킴벌리 골든 프랜즈 매장에서 시니어 용품을 고르는 어르신들의 모습.

요실금·거동 불편환자에 필수품… 고령화에 따라 연평균 36% 성장
‘착용’ 부끄러워 않는 문화 확산… 마트 진열대에서 쉽게 찾아
간병인 도움 필요할 땐 ‘접착식 팬티’… 활동 많다면 ‘언더웨어’ 선택

경기도 군포에 사는 주부 안윤신(55)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올 초부터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흘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재채기를 하거나 뛸 때마다 소변이 새서 일상생활이 상당히 불편해졌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돼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나오는 증상을 요실금이라 한다. 안 씨와 같은 요실금 환자는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고, 재채기 한 번 시원하게 하지 못한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협회에 따르면 요실금은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약 40%에게 나타난다. 요실금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암’으로 불린다. 의기소침해지고 사회활동이 제약돼 정신적인 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요실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성인용 기저귀’도 주목받고 있다. 소변을 조금씩 흘리는 중장년 여성뿐 아니라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 뇌졸중, 척추질환 등으로 거동을 못하는 환자들에게도 필수품이다. 또 소변 조절이 어려운 남성 전립선비대증 환자와 소변을 참지 못하는 과민성 방광 환자들도 고객이다.

◇성인용 기저귀 시장 잠재력 커=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저귀 시장은 5000억원 규모지만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는 500억원대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는 아직 작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40%의 성장세를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성인용 기저귀는 이미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서 ‘시니어 필수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시니어 산업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일본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유아용 기저귀 시장과 비슷한 규모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수요처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은 병원·요양시설 등에 수요가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개인 소비자들의 구매가 늘고 있다. 업체들은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진열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대형 마트에서도 점포 구석에 숨기듯 진열됐지만 이제는 실버 용품 코너를 따로 만들거나 아기용품처럼 눈에 띄는 자리로 옮겨졌다. 아예 시니어 직원을 통해 시니어 용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아직 성장단계에 있다”며 “기저귀 사용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전환과 기업의 투자가 계속된다면 시장 규모는 더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부감 해소가 관건=시중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경쟁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매년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성인용 기저귀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용자들의 불편함과 주변의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요실금은 당사자에게는 큰 고통이지만 이를 드러내기 힘들다. 다 큰 어른이 ‘기저귀’를 사용한다는 자체가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이라며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 못지않게 이를 숨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농구스타 이충희, 최란 부부가 출연한 성인용 기저귀 광고가 화제였다. 광고에서 이충희 씨는 요실금으로 고생하는 아내가 쑥스러워할 것을 배려해 먼저 제품을 착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속옷과 같이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부각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주위의 시선을 고려해 일반 속옷처럼 착용감이 편안하면서도 티가 나지 않는 ‘언더웨어’ 형태가 대부분이다. 사이즈도 다양하고 생리대와 아기 기저귀에 쓰이는 최신 소재를 사용해 통풍이 잘 돼 보송보송한 느낌을 준다. 요실금을 앓고 있는 중년층뿐 아니라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도 좋다.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 선택해야= 시중에는 크게 3가지 유형의 제품이 출시돼있다. ‘언더웨어’, ‘접착식 팬티’, 그리고 ‘패드’ 제품이다. 스스로 착용이 가능한지, 거동이 불편한지 여부, 그리고 배뇨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 고를 수 있다.
‘언더웨어’ 형태는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뿐 아니라 고령층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속옷과 유사해 바지를 입었을 때도 티가 나지 않으면서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다. 거동이 자유롭고 적극적인 활동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조금씩 자주 흘리는 경우에 적합하다.
‘접착식 팬티’는 유아들의 팬티형 기저귀와 비슷하다. 누운 상태에서 손쉽게 입고 벗을 수 있고 소변 확인줄이 있어 눈으로 교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배뇨량이 적다면 슬림형을, 많다면 장시간용으로 나온 두꺼운 제품이 적합하다.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거동이 불편할 경우 ‘언더웨어’ 형태보다 ‘접착식 팬티’가 좋다.
‘패드’ 제품은 여성의 생리대와 비슷하다. 교체가 편하기 때문에 주로 ‘접착식 팬티’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 패드만 교체해가며 사용할 수 있고 흡수량을 보강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유한킴벌리 시니어 맞춤 제품 선보여=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특히 국내 위생용품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는 일찍부터 우리 사회의 고령화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인식했다. 시니어 산업을 육성해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회의 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근에는 시니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해 ‘시니어가 자원입니다’ 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니어 생활용품 전반을 담당하는 ‘시니어 케어’ 사업부가 만들어진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해 출시돼 히트 상품이 된 신제품 ‘디펜드 스타일 언더웨어’도 이들의 작품이다. 기존에 출시되었던 ‘디펜드 스타일 팬티형’을 얇게 바꿔 속옷을 입은 듯 표시가 나지 않게 만들었다.
이 제품은 고객의 희망사항을 적극 반영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남성용은 하늘색, 여성용은 분홍색으로 색상을 달리하고 흡수층 위치에 따라서도 남녀용이 구별돼 있어 성별에 맞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의 소형·중형·대형의 구분이 아니라 속옷사이즈와 같이 95~105호 등으로 구분되어 있어 구매의 편리성도 높였다. 속옷을 대신하는 제품인 만큼, 어떤 옷을 입더라도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도록 디자인해 국내 고객의 취향을 잘 반영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기존의 시니어 제품들과 달리 신제품 언더웨어는 능동적인 시니어를 위한 제품이라는 데 큰 차이가 있다”며 “자유롭고 활동적인 시니어 문화를 위해 더욱 다양한 시니어케어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찬필 기자 jcp@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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