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인체조직 기증으로 꺼져가는 10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사후 인체조직 기증으로 꺼져가는 10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7.24 11:46
  • 호수 4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종환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이사장

뼈‧피부‧인대‧혈관 등 11개 조직… 기증자 부족해 74% 해외 수입에 의존
유엔 주재 공보관‧청와대 비서관 등 역임… 인체 기증문화 확산에 열정 불태워

혈액과 장기, 인체조직, 조혈모세포, 제대혈 등은 모두 인체의 일부이다. 살아 있는 사람 혹은 시신으로부터 기증된 이러한 인체 유래물은 타인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응급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 특히 뼈‧인대‧피부‧연골‧신경 등 인체조직은 사후 기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증자 한 명이 100여명이나 되는 사람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어 의미가 더욱 크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매년 수백억 원의 돈을 들여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는 필요량의 74%(2013년 12월 기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인체조직 기증이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7월 중순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서종환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이사장(71)을 만나 인체조직기증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를 소개한다면.
“사단법인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는 지난 2008년 설립된 보건복지부 지정 비영리 법인으로 인체조직기증 전문 홍보‧교육기관입니다. 본부는 인체조직 이식재 자급자족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인체조직 기증문화 활성화와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하고자 서약 캠페인, 청소년 및 예비 의료인 교육, 환자 돕기, 기증자 예우 사업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체조직 기증이란 정확히 무엇인지.
“각종 질환과 화상, 골절, 시각 질환 등으로 평생 장애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웃을 위해 사후에 뼈, 인대, 피부, 심장판막 등 조직의 일부분을 기증하는 마지막 사랑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인체조직기증과 장기기증은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을 뿐 존엄성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인체 유래물 기증으로 기증 시점과 수혜자 수에 차이를 보일 뿐입니다.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뼈, 인대, 피부 등 11종의 인체조직을 기증해 한 사람의 기증으로 약 100여 명이 생명을 연장하고 장애 없이 보다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최장 5년까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반면, 장기기증은 심장, 신장, 간장, 대장, 위장 등 13종의 장기를 뇌사 시에만 기증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고 보관기간은 길어야 이틀 이내입니다.”

-기증된 인체조직은 어떻게 쓰이나.
“피부는 전신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로울 때 상처부위에 이식함으로써 상처를 보호하고 감염을 막아 사망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뼈와 연골은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 환자들이 장애가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심장판막은 선천성‧후천성 심장기형이나 판막 손상 시 치환술에 사용되며, 혈관은 혈관손상환자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체조직기증은 누구나 가능한지.
“만 14세부터 80세까지 가능합니다. 단, 나중에 이식 받을 환자의 안전을 위해 기증자의 건강상태를 검사하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기증 가능 연령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즉, 90세가 넘으신 분도 의료진이 볼 때 건강하게 몸을 유지했다면 기증이 가능합니다.”

-기증 절차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약속한 인체조직기증자가 사망하면 한국인체조직기증원(전화 1544-5725)에 연락합니다. 이후 기증원의 코디네이터와 상담을 하는데 이 때 유가족의 기증 동의가 이뤄져야 채취가 가능합니다. 기증 동의가 이뤄졌다면 기증자가 인체조직을 기증하기에 적합한지 적합성 판정을 하게 되는데요. 적합성 판정은 기증자 병력 검사 등을 통해 의료진이 판단하게 됩니다. 암, 치매, 패혈증 등의 질환을 앓았다면 기증이 불가능합니다. 적합성 판정까지 내려지면 기증자의 시신을 조직은행으로 이송해 인체조직을 채취한 후 장례지도사가 시신을 수습하게 됩니다.”

-기증자의 시신에 흔적이 남는가.
“많은 유족들이 이를 걱정합니다. 수술할 때와 같은 상흔 정도는 남지만 최대한 기증 전의 모습으로 복원해 드리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상흔은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한 자국으로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기증자에 대한 국가의 예우는.
“기증 완료시 장제비 180만원, 위로금 180만원, 진료비 180만원 등 최대 540만원 내에서 국가 지원금이 지급됩니다. 또 기증원 담당자가 화장장 예약부터 시설이용까지 친절히 도와드리며 기증증서 발행, 유가족 온‧오프라인 자조모임 운영, 추모앨범 등을 제작해드립니다.”

-수입한 인체조직을 이식해도 괜찮은지.
“현재 인체조직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로부터 수입되는데 기본적으로 각 국가에서 철저하게 안전성과 품질을 관리하므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입 인체조직은 안전성 외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수혜자의 신체조건 즉, 크기나 형태 등이 맞는 인체조직을 필요로 하지만 수입 인체조직의 경우 수출하는 나라 사람들의 체격조건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라 그 크기나 형태가 잘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은 기증 가능한 조직이 한정적이지 않나.
“건강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나, 기증 당시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 기증 부위가 결정됩니다. 참고로 지난해 인체조직을 기증하신 70대의 남성분은 피부를 제외한 뼈와 연골을 기증하셨으며, 기증된 이식재는 가공, 보관의 과정을 거쳐 수십 명의 환자들에게 이식된 바 있습니다.”

-국내서 활성화 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인체조직기증의 낮은 인지도와 공적 관리체계의 미비가 그것입니다. 매년 지원본부가 실시하는 ‘대국민 생명나눔 인지도 조사’를 보면 헌혈과 장기기증의 인지도는 약 99%였던 것에 반해 인체조직기증에 대한 인지도는 42.4%%로 매우 낮습니다. 또 인체조직의 최종 공급을 영리업체가 전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향후 법, 제도 개선이 추가적으로 진행되고, 공적 관리체계를 도입해 환자들에게 기증 정신이 전달돼야 할 것입니다.”

서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해온 공직자다. 70년대 초 임용 당시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발령돼 약 8년간 UN 한국대표 공보관을 역임한 뒤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과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냈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계기는.
“서울대에 다닐 당시 학생회장을 역임하면서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시위 중 붙잡혀 교도소에 투옥됐고 학교에서는 학사징계를 받아 졸업하는 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간신히 졸업은 하게 됐어요. 하지만 학생 시절 시위 전력 때문에 취업이 쉽게 되지 않았고 그러다 월남전에 참전, 35개월가량 복무했습니다.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때라 군대에 다녀오기만 해도 은행에서 특채로 많이 채용했던 시기였는데, 어느 날 행정고시 10회는 200명의 합격자를 뽑겠다는 공고가 났습니다. 그 전 행정고시 합격자가 30~40명에 불과했던 것을 보면 파격적이죠. 그 때 응시해 바로 합격했어요.”

-행시 합격 이후에는 잘 풀렸는지.
“행정고시에 합격은 했지만 시위 전력이 또 발목을 잡았어요. 발령이 계속 나지 않다가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가게 됐습니다. 해외공보관이 막 생길 때였는데 해외 나갈 대상으로 제가 좋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주 UN한국대표부 공보관으로 약 8년간 근무했어요. 이후에도 인도대사관에서 4년간 근무해 총 12년간 해외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가 UN 공보관으로 가 있을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UN회원국이 아닌 상태여서 정부대변인 역할까지 도맡았습니다.”

-체육계와 인연도 많다.
“현재 아이러브태권도 운동본부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소프트볼협회 회장도 6년간 역임한 적 있습니다. 아이러브태권도 운동본부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태권도가 퇴출당할 위기를 맞아 생긴 단체입니다. 당시 우리는 ‘아이러브태권도’라는 영문 잡지를 만들어 기내 잡지로 제공했습니다.”

-본인은 기증 서약을 했는지.
“이미 기증서약을 한 상태입니다. 솔직히 기증서약을 하기 전에는 술도 많이 하고 몸을 혹사시킨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서약 후에는 건강한 인체조직을 기증하기 위해 스스로 자제를 많이 하는 편이예요. 그래서 현재는 술도 거의 하지 않고 음식조절을 통해 몸무게도 많이 줄였습니다.”

-노후 계획은 무엇인지.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공직에서의 경험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제 도움이 방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회에 공헌할 생각입니다.” 배지영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