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으로 만드는 빵… 성남 명물로 자리잡아
엄마의 마음으로 만드는 빵… 성남 명물로 자리잡아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08.07 13:39
  • 호수 4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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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망 베이커리 & 카페는 어르신들이 꿈을 키우는 일터이자 주민들의 편안하고 아늑한 휴식 공간이다. 사진은 매장을 찾은 손님에게 아이스 커피를 전하는 박춘임 씨.

2005년 시작해 3호점까지 열어… ‘시장형 노인 일자리’로 성공
가장 젊은 직원이 62세… 하루 5~6시간 일하고 월 평균 45만원 받아

“직접 만든 커피를 맛있게 드시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 일자리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망 베이커리 & 카페(이하 마망)에서 서빙을 담당하고 있는 박춘임 (68)씨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산성동에 위치한 마망은 작은 정원이 딸린 아기자기한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원 탁자에는 젊은이들이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안쪽에는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 서자 갓 구워낸 빵 냄새가 군침을 자극했다. 카페는 무척 분주했다. 차를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살피는 손님, 바구니를 들고 빵을 고르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안쪽 제빵실에는 대형 오븐에서 각종 빵 등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다음 주까지 예약된 주문이 빼곡했다.
마망(maman)은 프랑스어로 ‘엄마’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제일 젊은 직원이 62세, 최고령자는 82세다. 엄마의 마음으로 빵과 음료를 제공하는 이곳은 어르신들이 꿈을 키우는 일터이자 주민들의 편안하고 아늑한 휴식 공간이다.
마망은 지난 2005년 8월 문을 열었다. “어르신들께 일할 공간을 만들어 드리자”는 취지로 성남 수정노인복지관에서 마련한 ‘시장형 일자리’ 사업이다. 첫해부터 전문 바리스타를 초청,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고 어르신들이 직접 자격증 취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지금은 8명의 어르신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전문 제빵사가 매일 가게에 머물며 빵 만드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2005년 수정구 산성동에 1호점 개점 후 2009년 5월에는 수정구 성남동에 2호점, 올해 5월에는 인근 단대동에서 3호점까지 오픈했다.
마망의 모든 메뉴는 일반 매장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갓 구운 고소한 식빵류부터 쿠키, 머핀, 샌드위치와 케이크 등 다양한 제과·제빵은 물론 커피를 비롯한 생과일주스와 빙수도 제공한다. 또 성남지역에서 3만원 이상 주문 시 배달서비스도 제공한다.
원년 멤버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권국지(75) 어르신은 “지역주민들에게 맛집으로 인정받아 꾸준히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많다. 초등학생이던 꼬마는 대학생이 되고 젊은 아가씨 손님은 결혼해서 아이와 찾는 경우도 있다. 10년 동안 하다 보니 빵집 일은 내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젊은이들도 하기 힘든 빵집운영을 어르신들이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성공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직접 빵을 만든다는 소문이 퍼졌고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에 매장을 찾는 손님들은 나날이 늘었다. 분주하게 빵을 포장하던 박춘임(68) 씨는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 직접 일을 하니까 어르신 고객들이 편한 마음에 자주 찾는 것 같다”며 “무더운 요즘에는 주변 회사에서 일하는 젊은 손님들이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많이 사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오래된 1호점은 직원도 27명이나 된다. 제빵팀에 15명, 카페팀 9명, 배달팀 2명, 고객관리 담당 1명이다. 마망의 작업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오븐을 갖춘 1호점에서 빵을 만들어 2호점과 3호점에서 판매할 빵까지 공급한다. 때문에 제빵 팀 직원들은 오전 7시까지 출근해 빵·과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홀에서 일하는 카페팀은 오전 9시부터 영업준비를 마치고 서빙과 음료를 담당한다. 고객관리 담당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배달 주문을 접수하고 배달팀은 인근 2호점과 3호점에 빵을 공급하거나 고객에게 빵을 배달한다. 직원들은 오전·오후팀으로 나눠 하루 평균 5~6시간 일하고 평균 45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판매한다.
마망은 사회공헌 활동도 실시한다. 지난해 2월 조손가정 학생들을 위해 어르신들이 정성껏 마련한 수익금으로 장학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또 부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지역행사에도 빵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노인 일자리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소정의 지원금도 받게 됐다.
수정노인종합복지관의 김미정 과장은 “지역 어르신들의 사회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자신감과 보람을 선사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찬필 기자 jcp@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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