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추석은 ‘휴일’이 아닌 ‘효일’입니다
[기고]추석은 ‘휴일’이 아닌 ‘효일’입니다
  • 박장근 경기 과천
  • 승인 2015.09.18 14:36
  • 호수 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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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가까운 친인척이 불효를 저지른 아이에게 넌지시 던지는 말 같지만 사실은 십계명에 적혀 있는 말이다. 유교 경전인 삼강오륜에서도 부자유친(父子有親)을 강조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는 천륜 관계로 맺어져 있어 서로 친(親)해야 한다는 뜻이다. ‘친함’이란 부모와 자녀의 끊을 수 없는 관계를 잇는 본능적이며 천성적인 사랑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도를 다 하는 것(父慈子孝)’을 의미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효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예부터 충효사상을 근간으로 효를 모든 행동의 근본으로 삼아 왔다. 가정에서 맨 먼저 효가 이뤄진 뒤 이웃 어른을 섬기고 나라에 충성했다. 고관대작이 됐더라도 부모에게 우환이 생기면 과감히 사직했던 건 국가보다도 효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정의 의(義)가 있고 예(禮)가 있어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고 사회가 변화면서 가치관의 혼돈과 서구의 잘못된 문화가 유입되면서 이런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깝다. 또한 전통예절도 간소화되고 고유의 미풍양속이 사회질서 문란으로 퇴색돼 가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건 핵가족화로 인한 대가족의 붕괴다. 부모자식이 떨어져 지내면서 자식이 있어도 혼자 사는 노인이 늘고 있다. 또한 요양원에 맡기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일로 잘못 인식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나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조상의 제사를 대신해 제사상을 차려 주는 업체가 생기고 조상의 은덕을 생각하며 묘역을 가꾸는 벌초도 벌초 대행업체에 맡기는 등 돈이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 됐다.
편리한 건 좋다. 하지만 효에 관해서는 편리함을 추구해선 안 된다.
필자가 소속돼 있는 성균관 산하 경기도 본부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전 도민을 상대로 도의선양대회를 열어 효자‧효부 포상대상자를 추천 받아 수십 명에게 표창장을 수여한다. 표창을 받은 효자 중에는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준 자식이 있었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자신의 몸을 내맡긴 ‘심청이’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는 의학적으로 눈을 뜨게 하지 못해 자신을 희생했다면 현재는 의학에 힘을 빌려 효를 실천하게 된 것이다. 효의 정신이 현대에 잘 깃든 예이다.
벌초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수월하게 잡초를 걷어낼 수 있는 예초기를 이용해 조상의 묘를 직접 관리해야지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다.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숭조(崇祖) 정신이 강한 많은 사람들이 부모와 조상을 뵈러 고향에 내려간다. 민족대이동으로 전국 도로가 홍역을 치르는 걸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번 추석명절은 부모에게 더욱 효도하고 조상님의 벌초와 차례를 정성스럽게 지내야 한다. 추석은 휴일이 아닌 ‘효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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