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욕심내지 않고 그냥 하는 것
공부는 욕심내지 않고 그냥 하는 것
  • 신은경
  • 승인 2015.10.23 11:00
  • 호수 49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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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학 개론’ 수업을 하러 강의실에 들어갔더니 중간고사를 앞두고 초조해 하는 학생들의 눈망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식을 전달해야 할 수업에 앞서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이 먼저 튀어 나왔다.
“인생은 계단처럼 발전하는 것입니다. 한 방에 로켓처럼 치솟는 발전을 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죠. 한 계단, 한 계단 꾸준히 성장하는 거예요.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러면서 나의 대학시절의 혼돈과, KBS를 다니며 공부했던 통역대학원 시절, 영국 유학시절의 고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언제나 한 계단씩을 오를 때마다, 지난 계단에서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 때 지금처럼 만이라도 실력이 됐다면 공부하기가 편했을텐데…. 늘 그런 후회가 있었지만, 인생이 늘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공부란 걱정, 염려, 고민 말고 그냥 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위로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다 보니 나에겐 고난이 더 많았다. 옛 글에 나오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내게 큰 위로가 됐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공부를 하려면 우선 “공부를 잘 해야지!”하며 굳은 각오를 한다. 이건 ‘욕심’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연히 잘 안 되는 공부에 “나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지?”하며 자책을 한다. 이건 ‘교만’이다. 부족한 사람이 공부가 안되는 게 정상인데, 왜 이렇게 안 된다니…. 그러다 보면 어떤 날은 신기하게도 술술 풀리는 날이 있다. “아, 이제 공부가 잘 된다”라고 말한다. 이거야 말로 ‘어리석은 마음’이다. 잘 되어봤자 얼마나 잘 되겠는가. 그러니 공부는 욕심도 교만도 어리석음도 부리지 말고, 그냥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다보니, 석사 학위도 받고, 박사 학위도 받고, 오늘날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기회도 생기게 된 것이 아닌가.
돌아가신 나의 친정어머니는 장남에게 “너는 점점 잘하는 아이야”라는 말로 격려를 하셨다. 그 당시 내 남동생은 자전거 사 달라고 땅바닥에 누워 떼를 쓰는 개구쟁이였다. 한 번의 대학 낙방과 재수를 거쳐 들어간 대학에서 그는 공부보다는 기타 치는 일에 더 몰두했지만, 어머니는 “너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잘 하는 아이야”라는 말을 쉬지 않고 하셨다.
지금 그 동생은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주요 임원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엄마의 믿음과 긍정의 말이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멋진 미래를 마치 증명하듯 큰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로젠탈은 믿어주고 기대하고 예측한대로 실제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른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인데, 학생들에게 “너는 반드시 잘 될 거야”하는 기대를 가지고 믿어주면 기대한대로 결국 그렇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교사가 큰 기대하지 않는 학습자의 성적은 점점 떨어진다는 ‘골렘 효과’라는 것도 있다.
곧 수능시험이 다가온다. 쌀쌀한 바람만큼이나 수험생들의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게임만 하지 말고 공부 좀 해라’, ‘그렇게 공부 안하다가는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 것이다.’ ‘도대체 넌 뭐가 되려고 그렇게 말을 안 듣니?’ 라는 부정적인 말은 아무리 입이 아프게 이야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그들을 기죽이고 움츠리게 만들 뿐이다.
말없이 손주들의 구부러진 등을 한 번 쓰다듬어 주어보자. 초조한 두 눈을 다정하게 쳐다보고 “힘들지? 잘 될 거야”라고 격려해보자. 어느 새 봄 눈 녹듯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수능 시험을 앞둔 대입 수험생 모두 그동안 애쓰고 준비한 만큼 모두 최선을 다해 만족한 결과를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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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2015-10-24 04:02:45
이글을 일고 좋운 교훈을 어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