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흘려 번 돈 기부하는 어르신 천사들
땀흘려 번 돈 기부하는 어르신 천사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10.30 10:49
  • 호수 4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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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고철 주워 팔아 장학금… ‘희망근로’ 보수로 쌀 기탁

대한노인회 경북 김천시 평화남산동분회 유정눈 분회장(80)은 4년 전부터 길가의 폐지, 고철 등을 모아 판 돈을 김천시에 인재양성기금으로 전하고 있다. 사실 이 기부는 8년 전부터 시작한 것이지만,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자 재활용품을 모아 팔기로 마음먹었다. 올해에는 50여만원을 기탁할 예정이다.
유 분회장은 “어릴 적에 생활고로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며 “나와 같은 아쉬움을 지닌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한노인회 회원들 중 직접 땀 흘려 번 돈으로 사회기부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유휴지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판 돈으로 나눔을 베풀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분회 회원들이 경작지에서 3세대 대상 농촌체험교육을 실시하는 모습.

청주 미원면분회, 위험한 농약병 등 수거해 이웃돕기에 써
남양주 수동면분회, 유휴지에 농작물 길러 3세대 체험교육

울산 북구 평창2차경로당 김대석 회장(83)은 10년간 ‘희망근로’에 참여해 받은 보수로 쌀을 사 2009년 효문동 주민센터에 30포(150만원 상당), 올해 북구청에 50포(220만원 상당)씩 각각 전달했다.
김대석 회장이 참여한 희망근로는 해당 경로당이 속한 단지 내에서 열리는 목요시장 후 환경정화를 하는 일. 2시간여의 작업 후 3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처음엔 “회장이 위엄 없이 허드렛일에 나선다”며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요즘엔 다양한 사회기부 활동으로 경로당 회원은 물론 주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됐다.
김 회장은 “내가 번 돈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10월 19일 대한노인회는 72만명의 회원들이 통일기금 모금 운동에 참여해 8억2000만원이 넘는 성금을 ‘통일과나눔재단’에 쾌척했다. 사회기부 활동에 대한 회원들의 열정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회원들의 기부는 대부분 ‘쌈짓돈’이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은 직접 땀 흘려 번 돈으로 사회기부에 나선다. 부양받는 노인이 아닌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상’을 강조한 대한노인회의 정신이 퍼져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개인적 차원의 기부를 넘어 각 지회, 분회, 경로당이 하나 돼 경제적 활동을 통한 선행을 펼치는 ‘기부천사’들의 사례도 들려오고 있다.
강원 춘천시 효자동 소재 비봉경로당은 지난해 6월부터 매달 헌옷, 신발, 폐지, 빈 병 등을 모아 판 금액 중 5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 지난 겨울엔 연탄 500장, 7월 초엔 쌀 9포(1포 10kg)를 구입해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했다. 올해 2월엔 관내 강원대 사대부고 학생 한명에게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비봉경로당 신동은(75) 회장은 “강원대 춘천캠퍼스 기숙사 6곳, 춘천 사대부고 기숙사 3곳, 효자동 인근 문구점·음식점 10여곳이 좋은 뜻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재활용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시 흥덕·청원구 내수읍분회 경로당, 제천시 하소1단지아파트경로당, 보은군 문암경로당 등도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거해 판 돈으로 이웃에 선행을 베풀고 있다.
청주시 상당·서원구 미원면분회는 마을환경수호 활동에 참여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미원면은 가구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해 농번기를 전후로 농약병, 농약봉지 등이 대량으로 버려져 골머리를 앓는다. 분회 산하 경로당회장 대부분은 4월~10월 간 이를 수거하는 작업에 나선다. 이를 통해 얻는 500만원 가량의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등 선행 목적, 관내 미원초등학교(10만원)·미원중학교(20만원) 및 충북에너지고등학교(30만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이 작업은 11년 전 면사무소의 권유로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엔 회장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다.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수확량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6년 전부터 농약을 사용하는 농가들이 많아지면서 작업은 활기를 띄었다.
연간 총 세 차례(5~6월 2회, 8~9월 1회)씩 수거해가는 농약병과 농약봉지는 1회당 5톤 트럭 3대 분량. 50여명의 회장단은 한 사람당 농약병만 1000개, 많게는 1만개 까지 수거한다.
미원면분회 이규봉 분회장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회장단의 열의가 대단하다”며 “윤권한 분회 부회장은 공식 수거날인 9일, 19일, 29일만 되면 트럭으로 마을을 순회하며 농약병과 봉지를 가득 싣고 온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기부 목적의 사업을 전개하는 곳도 있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분회이다. 5년 전부터 관내 유휴지에서 농작물을 경작해 얻은 수익금으로 생필품을 구입해 홀몸어르신, 한부모가정 등에 전달해왔다. 올해에는 그 대상을 시각장애인으로까지 넓힐 계획이다.
1만4876㎡(약 4500평) 규모의 농지에는 현재 배추·감자·옥수수·쌀·고구마 등이 재배된다. 이곳은 수익창출을 위한 공간일 뿐 아니라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된다. 아이들에게 무료로 농사에 관한 교육을 하고있다. 일종의 재능기부이다. 올해엔 옛 방식으로 쌀을 탈곡하는 체험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수동면분회 이희원 분회장은 “미래에 나라를 이끌 재목들에게 체험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농업의 중요성을 전파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노인회 회장 및 회원들이 사회를 위한 기여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비율이 25%가 넘는 ‘초고령화’ 지역인 남양주는 지역발전을 위해선 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했다. 이에 이희원 분회장은 7년 전 분회장직을 맡은 후 경로당 회장단에게 솔선수범 정신과 더불어, 사회에 베풀 줄 아는 노인 회원이 될 것을 늘 강조했다. 그 결과 길가의 쓰레기를 주우라고만 해도 질색하던 이들이 이젠 분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일꾼’이 됐다.
대한노인회의 회원들은 이처럼 변모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이 심 회장은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에 내놓는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며 “이에 더해 남을 돕기 위해 경제적 활동까지 펼치는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들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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