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화법의 노 대통령은 미증유의 경험”
“직설화법의 노 대통령은 미증유의 경험”
  • 관리자
  • 승인 2007.06.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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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 고 은, 광화문 포럼서 강연

시인은 흔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한다. 시인의 눈에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어떤 대통령이 가장 말을 잘하는 것으로 보였을까?


원로 시인 고 은(사진)씨는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있은 광화문포럼(회장 남시욱)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언어는 일단 대통령의 언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노 대통령의 최근 직설적 화법을 겨냥했다.

 

한 참석자가 노 대통령의 파격적인 어법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우리는 미증유의 대통령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말끝을 흐리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적나라한 대통령의 언어 구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품위있는 언어구사능력이 앞으로 대통령의 자격요건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도 했다.


고 시인은 “나는 역대 대통령들의 언어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며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자신만의 문체를 가진 사람은 이승만 김대중 전 대통령 두 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특히 문장화된 문자언어를 썼다며 높이 평가했다.


대선 정국의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최근 언어들이 참 뜨겁다”며 “나도 올 대선용으로 발언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러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내 언어는 필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집에서 시나 쓸 생각이라는 것.


또 “대선 정국 아래에서는 자기 언어만이 진리고 정의다. 자신의 입만 알지 귀의 소중함은 잊고 있다”고 말하기도 해 인간-인간, 산자-죽은 자, 인간-우주 등 만물의 ‘만남’과 ‘소통’이라는 주제에 다가갔다.

 

강연은 광화문문화포럼 60여명의 회원들을 상대로 1시간30분 동안 계속됐다.


한편 고 시인은 세계와의 만남에 대해 말하면서 “20세기적 논리였던 민족”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족시인으로 꼽히는 고씨의 이런 변화가 앞으로의 시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나게 될지 주목 된다.


“20세기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자아의 집합체인 민족을 내세웠다. 겨레가 망가졌을 때 겨레를 꽃피우는 것은 우리의 지상과제였으며 유일선이었다”며 “그러나 21세기는 근대적 자아로는 안된다”고 고 시인은 말했다.


박병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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