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무너진 국내 최고 영화상
끝내 무너진 국내 최고 영화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11.27 11:25
  • 호수 4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충상, 참가상. 한 영화상을 지칭하는 말로 대중들이 붙여준 것이다. ‘대종상’ 이야기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상인 대종상은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니스(72회)‧칸(69회)‧베를린(66회) 영화제에 비해도 역사가 크게 뒤쳐지지 않고, 비슷한 시기 개최돼 라이벌로 평가받는 청룡영화상(36회) 보다도 16년 먼저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종상은 매년 구설수에 오르며 해를 거듭할수록 그 권위를 상실하고 있다. 주최기관이 자주 바뀌면서 수상작 선정기준이 달라지고 금품 수수 사건이 발생하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한 예로 1982년엔 심사위원들이 영화제작사 대표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고, 1996년에는 그 해에 개봉도 안한 ‘애니깽’에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주는 황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2012년엔 ‘광해’에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15개의 상을 몰아주기도 했다. 당시 경쟁작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킨 ‘도가니’ 등 쟁쟁한 영화들이어서 그 논란은 더 거셌다.
하지만 올해는 시상식이 열리기도 전부터 앞선 논란들이 우습다는 듯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 주최 측에서 수상자를 1‧2순위로 선발해 1순위 수상자가 불참하면 2순위 후보에게 상을 주겠다며 일명 ‘갑질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대중과 배우들이 즉각 반발했지만 이 원칙은 시상식 직전까지 번복되지 않았다. 이에 남녀주연상 후보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사상초유의 ‘대리수상’ 시상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영화상이 몰락한 원인으로는 주최기관의 일방통행이 꼽히고 있다. 처음 참가상 논란을 일으켰을 때 적절히 대처했더라면 권위가 이토록 바닥까지 떨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갑질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는 끝내 사과도 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주최기관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공정성을 상실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상을 위해 수억 원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려놓다’는 말이 있다. 2006년 이용규 기독교 선교사가 발간한 ‘내려놓음’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영화상을 스스로 망친 당사자들이 깊이 되새겨볼 단어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