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인가 사기꾼인가?
예술인인가 사기꾼인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1.29 11:06
  • 호수 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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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1일 개봉한 ‘빅쇼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빌려 주는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의 배경을 다룬 이 영화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금융밀집지역인 ‘월가’가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빅쇼트란 증권용어로 주가하락에 배팅한다는 뜻이다. 영화에선 4명의 증권가 인물들이 저신용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남발해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실태를 확인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에 ‘빅쇼트’ 해 거액을 벌어들인다. 허구의 이야기 같지만 놀랍게도 실화다.
이 사태에 이면에는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과 은행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고 증권가와 은행가 사람들의 탐욕도 작용했다. 결국 평범한 600만명의 시민들이 집을 잃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7000억 달러(약 847조)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안겼다. 월가의 부도덕한 사람들이 저지른 사기극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휘청거린 것이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도 이에 못지않은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 예술 작품을 두고 벌어진다는 점에서 좀 더 파렴치하다. 2013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이우환(80) 작가의 위작 논란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K옥션 경매에서 그의 작품 ‘점으로부터 No. 780217’이 5억원에 낙찰됐는데 감정서가 조작됐음이 드러난 것이다. 3년 전부터 이우환의 위작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루머는 각종 아트페어와 전시장을 통해 알음알음 나돌았지만 미술계는 침묵했다. 천경자 위작 사건도 규명되지 않았고 박수근, 이중섭, 백남준 등 고인이 된 작가들 위작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경매사와 특정 화랑이 유착해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구조, 공인감정기구 없이 신뢰하기 힘든 상업화랑 중심의 감정기관 및 부실한 진위 감정 시스템, 작가 이력에 대한 데이터 부족과 유통환경의 불투명성 등으로 위작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돈 때문이다. 위작은 세계 미술 역사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위작 논란은 범죄자들이 아닌 감정기관과 대형 화랑들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미술 범죄 영화 속 가짜 그림을 밝혀내는 전문가들이 가짜를 만들어 옹호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으면 결국 고스란히 미래의 예술가들이 피해를 덮어쓴다. 자기가 사는 그림이 가짜일 지도 모르면서 그림을 사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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