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고아들에게 보내는 뒤늦은 위로
전쟁고아들에게 보내는 뒤늦은 위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1.29 14:47
  • 호수 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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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빠 생각’

한국전쟁 어린이합창단이 모델… 동요만으로 큰 감동

한국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고아의 숫자는 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쟁 당시 10대 소년소녀들은 어느덧 70~80대 노인이 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불행은 어른들의 탓이었다고,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사과한 사람들은 없었다. 이제 노인이 된 전쟁고아들에게 늦게나마 진심을 담아 위로하는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오빠 생각’ 이야기다.
한국전쟁 당시 위문공연을 다녔던 해군어린이합창단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오빠 생각’은 전쟁고아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이야기와 그 속에 숨겨진 아픔을 담아냈다.
영화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동구와 순이 남매,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고 군에 입대한 한상렬 소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쟁으로 소중한 가족도, 지켜야 할 동료도 모두 잃은 군인 한상렬(임시완 분)은 부산의 한 부대로 전출돼 부대 내 고아원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살기 위해 국군이 오면 태극기를, 인민군이 오면 인공기를 내걸던 아버지를 마을사람들의 손에 잃은 동구와 순이 남매도 부산으로 피난을 온다.
아버지의 죽음이 끝인 줄 알았던 동구와 순이의 비극은 이곳에서도 이어진다. 먹고 살기 위해 상이군인 출신인 갈고리(이희준 분) 밑으로 들어간 남매는 앵벌이와 도둑질을 하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전입 후 부산 시내를 거닐던 한상렬은 고아원에도 오지 못하고 앵벌이를 하며 근근이 버텨내는 동구와 순이를 비롯한 아이들을 보게 된다. 이들을 보면서 죽은 여동생을 떠올린 한상렬은 고아들이 부대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합창단을 결성한다. 우여곡절 끝에 첫 무대에 오른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는 전쟁 한가운데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이들의 활약은 입소문이 났고 한창 전투가 진행 중인 강원 철원지역 부대로 위문공연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이때 동구와 순이 남매를 향한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남매에게 또 다시 가슴 아픈 비극이 닥친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전쟁영화에서 맛보기로만 다뤘던 고아들의 참혹한 삶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쟁고아들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현장에서 죽은 인민군의 금니를 뽑고, 불발탄을 해체하다 폭발로 죽는 등 비참한 삶을 산다. 특히 판자촌에서 한데 어우러져 겨우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은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전쟁고아들을 위로하는 건 결국 자신들의 노래였다. 특히 아이들은 순수함이 깃든 동요를 통해 총성과 포성으로 심신이 다친 어른들까지 위로하고 있다. 동구가 아버지와 행복하게 살던 시절을 떠올리며 부르는 ‘나의 살던 고향은’과 순이가 생사의 기로에 선 오빠를 위해 부르는 ‘오빠 생각’은 화려한 악기 연주 없이 목소리로만 진행됨에도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실제 어린이 합창단이 아닌 노래 경험이 적은 아역 배우 30여명을 캐스팅해 사실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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