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경로당, 어찌하나…
컨테이너 경로당, 어찌하나…
  • 정재수
  • 승인 2007.07.0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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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없어 무등록 임시방편 사용 사회적 관심 전무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복지가 범정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시 한복판에 ‘컨테이너 경로당’이 존재하고 있어 구호에 그치고 있는 노인복지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컨테이너 경로당’은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이웃마을 어르신이 사재를 털어 마련됐지만 ‘경로당 설치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청에 등록조차 할 수 없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어르신 및 주민 등에 따르면 이 지역 대부분이 철도부지로 묶여 있는 탓에 경로당 부지 확보가 어려워 12·13통 어르신 80여명은 최근까지 허름한 움막을 경로당으로 사용했다.

그나마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이웃 일심경로당 배복옥 총무(여·72)가 지난 2월 사재 200여만원을 내놓아 ‘컨테이너 경로당’을 마련, ‘새마을 경로당’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새마을 경로당 회원들은 정부보조금이 지원된다는 말을 듣고 구청에 등록신청을 했지만 설치기준에 맞지 않아 거부당했다.

새마을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은 80여명에 달하지만 ‘20㎡ 이상의 거실 및 휴게실, 화장실과 전기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경로당 설치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미등록 경로당으로 남게 됐다.

개금3동에는 모두 17곳의 경로당이 있지만 미등록 경로당은 새마을 경로당 단 한 곳 뿐이다. 그러나 경로당 운영지원을 관할하는 구청측은 새마을 경로당이 컨테이너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냉방시설도 없는 컨테이너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고, 올 겨울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대책조차 없는 실정이다.

특히 해당 지역 사회복지관 등이 실시하는 경로당 지원 프로그램도 미등록 경로당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돼 어르신들의 소외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새마을 경로당 어르신들은 정부정책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 하면서도 젊은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회원 30여명으로 ‘웰빙봉사단’을 조직, 스스로 봉사단체를 만들어 골목길 청소와 환경미화, 각종 단체의 캠페인 협조 등에 나서고 있다.

김병렬 새마을 경로당 회장은 “등록이 안 된다고 포기할 수 없어 어르신들과 함께 봉사단을 조직했다”며 “정부가 철도청과 합의해 경로당 부지를 마련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특례규정을 만들더라도 컨테이너 경로당을 허가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훈학 부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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