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감영 있던 곳… 실버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
조선 감영 있던 곳… 실버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3.25 15:23
  • 호수 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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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도 탑골공원이 있다 1]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은 국내의 대표적인 ‘노인공간’이다. 매일 수많은 노인들이 모여 여가문화를 향유한다. 전국엔 이런 공간들이 여러 곳 존재하지만, 아직 덜 알려진 곳이 많다. 이에 백세시대가 해당 지역에서 유명한 노인들의 공간을 발굴해 조명해 본다.

대구시의 한 가운데인 중구 포정동엔 ‘경상감영공원’이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조선시대 관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관광지로 각광받지만, 지역에선 시니어들의 휴식처로 더욱 유명하다.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4번출구로 나서면 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부엔 지역 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선화당’(대구 유형문화재 제1호), 관찰사 처소로 쓰이던 ‘징청각’(대구 유형문화재 제2호), 27기의 ‘선정비’(지방 관리의 공적을 기린 비석) 등이 남아있다.

▲ 대구 중구의 ‘경상감영공원’은 관광지일 뿐 아니라 고령자들의 휴식처로도 유명하다. 사진은 조선시대 경상도 관찰사의 처소로 쓰이던 ‘징청각’

선화당·징청각 등 문화재 보존… 매일 시니어 2000여명 방문
인근 골목엔 ‘값싼’ 음식점 빼곡, 큰길 주변엔 실버영화관도

그 사이로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산책과 사색 등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가득하다. 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고령자들이 하루 2000여명에 달한다.
이광태(86) 어르신은 “40년 넘는 교직생활을 접은 뒤 매일 공원을 찾는다”며 “이 곳은 문화를 즐길만한 것이 많은 노인들의 놀이터”라고 예찬했다.
경상감영공원은 1970년에 조성됐다. 1966년 공원 자리에 있던 경북도청이 산격동으로 이전하며 들어섰다. 처음엔 중앙공원으로 불리다 1997년 현 명칭으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경상도 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경상 감영(현 도청)’이 존재했음을 기리기 위함이다.
개장 초기만 해도 울타리를 치고 5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그러나 선화당·징청각 복원사업을 거쳐 시민에게 무료 개방됐고, 이후 호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이 몰리기 시작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주변 골목엔 값싼 음식점들이 빼곡하다. 따로국밥, 잔치국수, 수육, 막걸리, 소주, 만두, 설렁탕, 추어탕, 각종 찜 등 메뉴도 다양하다. 특히 따로국밥은 대구의 10미(味)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가격은 서울보다 2000~3000원 저렴한 5000~6000원 선.
김태민(83) 어르신은 “공원에서 쉬다 점심때가 되면 동료들과 함께 따로국밥을 사먹는다”며 “단골집의 87세 주인아주머니와 둘도 없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공원 인근 큰길을 따라선 백화점, 실버영화관, 구제품가게, 콜라텍 등이 위치하고 있다. 입장료 2000원인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은 매일 140석이 꽉 찰 정도로 인기다. 이렇듯 경상감영공원은 지역 노인들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지난해부터 이 일대를 ‘실버 근대문화거리’로 조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노후화된 주변환경을 정비하는 한편 고령자 친화 환경을 조성하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근대화의 산물들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7년까지 공원 거리 곳곳에 혈압 등을 체크할 수 있는 건강부스, 체조를 배울 수 있는 야외공간이 마련된다. 지역 주민자치센터와 연계한 실버축제, 공연 등은 현재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공원 주변에 산재된 옛 병무청 및 북부세무서 부지, 구 전매청 등은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도심이 여러 곳으로 분산된 현대와 달리 조선시대엔 감영을 중심으로 행정 군사 등 주요기관이 몰려 있었고 이것이 근대로까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시절 지역 문인들의 애국운동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근대화거리도 있다. 이 거리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 이상화 시인의 생가, 국채보상운동을 펼친 서상돈 선생의 고택도 자리했다. 향토문학관에서 현진건·이육사 등 문인들의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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