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할아버지의 화끈한 인생수업
막무가내 할아버지의 화끈한 인생수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3.25 15:25
  • 호수 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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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 마이 그랜파’
▲ 영화 ‘인턴’을 통해 젊은 세대의 멘토로 떠오른 로버트 드니로(사진 오른쪽)는 이번 작품에서 일탈을 즐기는 노인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인생수업을 선사한다.

손자에게 교훈 주고 싶은 남자의 일주일 간 일탈기 그려
‘인턴’으로 ‘국민 멘토’ 된 로버트 드니로의 파격 변신 화제

대형 로펌(법률회사)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제이슨은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엘리트 인생을 송두리째 날릴 큰 위험에 처한다. 한 남자의 유혹에 걸려 술과 마약, 여자에 빠지고 함께 말썽을 피우다 유치장에 두 번이나 들락거린다. 급기야 완벽한 약혼녀와의 결혼도 파경에 몰린다. 제이슨을 꾀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한 남자는 다름 아닌 친할아버지 딕(로버트 드니로 분)이었다. 영화 ‘오 마이 그랜파’ 이야기다.
지난해 영화 ‘인턴’에서 젊은 세대들의 멘토로 등장해 큰 감동을 줬던 로버트 드니로(74)가 잘나가는 손자에게 화끈한 방법으로 인생수업을 선사하는 조언자로 돌아왔다. ‘인턴’에서 시대가 바라는 모범적인 노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오 마이 그랜파’에선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파격적인 노인상을 선보인다.
작품은 딕이 40년간 함께 산 아내를 떠나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장례식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던 딕은 식이 끝나자마자 본색을 드러낸다. 손자 제이슨 앞에서 당당히 성인영화를 보는가 하면 손자에게 자신과 함께 일탈을 저지르자고 제안한 것이다.
제이슨이 이를 거부하자 딕은 자신의 면허가 정지당했다면서 플로리다까지만 운전을 해달라고 하는 등 반강제적으로 손자를 여행에 동참시킨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동행은 긴장의 연속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딕과 앞뒤가 꽉막힌 고지식한 손자 제이슨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딕이 사고를 치면 뒤처리는 모두 제이슨의 몫이었다. 딕의 거듭된 기행에 결국 제이슨마저도 술, 여자, 환각제에 빠지며 자신을 무장해제시킨다.
여행 중 제이슨은 고등학교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샤디아와 마주친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던 제이슨은 작가가 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변호사가 된 반면 샤디아는 사진기를 놓지 않고 여전히 꿈을 쫓고 있었다.
제이슨과 샤디아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를수록 딕의 일탈도 점점 심해진다. 하지만 뒤늦게 찾아온 그의 기행 뒤에는 손자를 위한 특별한 의도가 숨어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제이슨은 식장에 들어서서야 딕의 의도를 알아챘고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선택을 하게 된다.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딕이 선사하는 노년의 색다른 모습이다. 딕은 아내를 잃은 뒤 슬픔에 허우적거리기는커녕 온갖 향락에 빠져 인생을 만끽한다. “15년간 섹스리스로 살았다”는 설움을 토하며 성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고 젊은이 못지않은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대부분의 영화에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노인을 젊은이에 비해 열정이 부족한 존재로 그린다. 즉 일탈을 저지르는 건 젊은 세대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며 타이르는 건 노인들이었다. 이번 작품에선 반대의 상황을 설정해 노인들에게 짙게 드리은 편견을 과감하게 깬다. 노인들도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이다.
딕과 제이슨이 서로 웃옷을 벗고 몸매를 자랑하는 장면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단단한 제이슨의 몸과 달리 딕의 상체는 살도 쳐지고 근육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딕은 몸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환호를 받는다.
이런 그가 선사하는 인생수업의 의미도 값지다. 제이슨은 자신의 꿈인 사진작가를 접고 변호사라는 현실적인 직업을 선택했었다. 대기업 입사 및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젊음을 저당 잡힌 우리나라 청년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제이슨에게 딕은 자신의 일탈을 통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젊은이답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적으로 살라고 조언한다.
‘대부2’와 ‘분노의 주먹’으로 아카데미 주‧조연상을 수상한 로버트 드니로의 명품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비행청소년을 연상케 하는 언행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펼치는 그의 모습은 상영시간 100분 내내 큰 웃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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