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700미터 갱도에서의 69일 사투
지하 700미터 갱도에서의 69일 사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4.01 13:50
  • 호수 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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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앞둔 영화 ‘33’

2010년 칠레서 발생한 실화… 광부 33명의 생환기 그려

2010년 8월 5일 칠레 코피아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이 붕괴됐다. 사고 당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광부의 숫자는 33명이었다. 칠레 정부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수백만 달러를 들여 광부들을 빼내기 위한 땅파기 작업을 시작했다. 최초 붕괴된 시점으로부터 69일이 지난 2010년 10월 13일 오랜 굴착작업의 결과가 세상에 드러났다. 단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전원 살아 돌아온 것이다.
칠레 광부 33명의 기적 같은 생환기를 그린 영화 ‘33’이 4월 7일 개봉한다. 작품은 널리 알려진 사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통해 실화의 감동을 재현한다.
광부들이 땅에 묻힌 건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다. 붕괴 위험을 무시한 광산의 대표 때문에 이들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갱도로 내몰렸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준비한 4일분의 예비 식량은 33인이 한 끼 먹기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지하에 생매장됐지만 광부들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구조에 대한 믿음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묻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들은 음식에 대한 욕심 때문에 큰 다툼을 벌이지만 리더인 마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의 중재로 싸움을 중단하고 생존을 위해 하나로 뭉친다. 반 컵도 안 되는 우유, 몇 조각의 쿠키, 두 스푼의 참치로 겨우 주린 배를 채우며 버텨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식량은 결국 바닥을 드러낸다. 볼리비아 출신 광부가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나서지만 광부들은 형제애로 이를 무마하고 함께 굶주리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나간다.
매몰 후 17일이 지난 8월 21일, 구조대의 굴착기가 이들을 발견한다. 아사를 면한 이들에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찾아온 것이다. 광부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 언론도 이들이 갇혀 있는 갱도와 접촉을 시도한다. 광부들은 유명세를 타게 되고 이전에 없던 갈등이 생긴다. 또한 이들을 끌어낼 넓은 굴을 파는데 장애가 발생하고 설상가상으로 광부들의 머리 위에 있던 초고층 빌딩 2채 크기의 거대한 암석이 서서히 붕괴되면서 이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영화는 구조과정이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칠레 정부는 정치적 선전을 위해 구조에 참여했고 광부들과 그의 가족들도 모두 개인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진행과정에서도 갈등과 반목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 모든 불협화음을 인간애로 극복하고 훈훈한 결말을 맞는다.
특히 영화에서 마지막 식사를 앞에 두고 사랑하는 가족이 차려주는 가장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는 ‘최후의 만찬’ 장면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광부들의 간절한 희망을 전하며 큰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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