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일탈 이야기, 출판계 인기 소재로
할머니들의 일탈 이야기, 출판계 인기 소재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4.01 13:51
  • 호수 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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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출판시장에서 큰 히트를 쳤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열풍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최근 할머니들의 일탈을 다룬 외국 장편소설들(사진)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감옥에 가기로…’ 그림 훔친 노인 강도단 통해 유머러스하게 사회 풍자
‘할머니가 미안…’ 할머니가 남긴 보물찾기 통해 성장하는 소녀 이야기
‘죽고 싶은 의사…’ 노인 택시기사가 자살 결심한 의사 설득하는 과정 그려

지난 2013년 국내에 발간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소설 속 주변인물로만 머물렀던 노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큰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적으로 900만권이 팔렸고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 순위에서 6위에 오를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100세 생일을 앞두고 양로원을 탈출한 주인공 ‘알란’이 20세기 현대사를 겪으며 펼친 모험담은 많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3년이 지난 현재에도 ‘알란’이 보여준 감동은 유효하다. 하지만 이번엔 성별이 바뀌었다. 할아버지가 아닌 할머니들의 일탈이 젊은 독자를 비롯해 전 연령층에 고루 인기를 끌면서 소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79세 할머니 메르타와 4명의 노인 친구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메르타가 요양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시작한다. 메르타가 말년을 보내는 다이아몬드 요양소는 오후 8시에 무조건 잠을 자야하고 간식도 주지 않는다. 산책도 가뭄에 콩 나듯 가능한 일이었다. TV를 보다 감옥에서도 하루 한 번씩 산책을 시켜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메르타는 차라리 옥살이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후 그는 요양소 합창단 친구들을 꼬드겨 ‘강도단’을 결성하고, 감옥에 들어가기 위한 범죄를 계획한다.
메르타 일행은 보행기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을 범죄자로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국립박물관에 들어가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을 훔치기로 한다. 작품 판 돈을 잘 숨겨 뒀다가 감옥에서 나오는 대로 찾아 행복한 노후를 보내겠다는 계획도 세운다.
노인들은 그림을 훔친 후 액자 위에 수채 물감으로 콧수염을 그려 넣어 싸구려 모작으로 위장한 뒤, 호텔에 걸어둔다. 하지만 그림값 중 절반을 폭풍우에 잃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호텔에 위장해놓은 그림까지 사라진다.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없게 된 노인들은 무작정 경찰서에 찾아가 자신들이 범인이라며 자수하지만 경찰들은 이들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노인들은 결국 자신들의 범죄를 증명하기 위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작품은 7세 소녀 엘사가 자신의 할머니가 숙제로 남긴 편지를 전달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또래와는 다른 성향 때문에 엘사는 친구들에게는 괴롭힘을 당하고 선생님에게는 집중장애라는 지적을 받는다. 또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도 엘사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엘사를 돌보며 지켜주는 건 할머니의 몫이었다. 엘사는 슈퍼 히어로처럼 자신을 지켜주는 할머니를 따르며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할머니는 자신이 창조한 깰락말락나라의 여섯 개 왕국 이야기를 엘사에게 들려주며 상상력과 함께 용기를 길러준다.
하지만 엘사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할머니는 병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다. 할머니는 눈을 감기 전 엘사에게 보물찾기 임무를 준다. 자신이 숨긴 편지를 찾아서 편지에 표시된 수취인에게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편지의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같은 빌라에 사는 이웃들이었다. 엘사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입주민들을 찾아가 편지를 전하며 할머니의 숨겨진 면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자신에게 들려준 깰락말락나라의 이야기가 빌라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탄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엘사는 이 과정을 통해 할머니가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알게 되고 한 단계 성장한다.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삶의 희망을 버린 40대 의사 마르크는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서류 몇 가지를 처리하기로 한 그는 할머니 기사인 사라의 택시에 올라탄다.
요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라는 병원으로 가달라는 마르크의 말을 무시하고 그를 잘 아는 카페로 데리고 간다. 사라는 마르크가 좋아하는 음식 등 시시콜콜한 그의 정보를 포함해 그날 밤의 자살 계획까지 알고 있었다.
마르크는 사라에게서 벗어나려하지만 사라는 다짜고짜 그에게 일주일 간 자기와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한다. 이후 사라는 마르크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그에게 삶의 소중함을 되살려주고자 한다.
지칠 정도로 뛰게 만들어서 배고픔을 느끼게 해주고, 관속에 들어가게 함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알게 해준다. 또 집안의 물건을 전부 치워 허전함을 깨닫게 하고, 9살 아이의 장례식에 데려가 마르크가 포기하려는 그 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할머니의 노력으로 생에 대한 욕구를 잠시 느끼지만 아내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진 않았다.
약속된 시간이 지나고 마르크는 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권총을 준비해 자신의 삶을 마감하려는 그 순간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의 인생은 또다시 전환기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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