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랩하는 할머니들 방송계 들썩들썩
거침없이 랩하는 할머니들 방송계 들썩들썩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4.08 14:32
  • 호수 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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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방송 JTBC ‘힙합의 민족’

배우 김영옥, 국악인 김영임 등 평균 65세 여성 출연
나이 든 사람 랩 못한다는 편견 깨고 예상 밖 실력

▲ 평균 연령 65세 여성들의 힙합 도전기를 그린 JTBC의 ‘힙합의 민족’이 방송 첫 회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김영옥, 김영임, 문희경, 양희경, 최병주, 이용녀, 이경진, 염정인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서).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무당, 노숙자 등 배역을 가리지 않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용녀(60). 그는 지난 4월 1일 방영된 JTBC ‘힙합의 민족’에 출연해 또 한 번 파격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시선을 끄는 검은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이용녀는 리듬에 맞춰 빠른 속도로 가사를 내뱉는 음악인 ‘랩’을 선보였다. 단순히 흉내만 낸 것이 아니었다. 60년 삶의 내공을 담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랩을 소화하면서 유명 래퍼(랩 가수)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시니어들이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겨진 랩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평균 연령 65세인 여성 시니어들의 랩 음악 도전기를 그린 ‘힙합의 민족’이 종편채널로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첫 방송부터 1.7% 시청률을 올리며 앞으로의 흥행을 예고한 것이다.
이들이 시도한 랩은 멜로디보다 리듬에 중심을 둔 음악으로 ‘힙합’ 문화의 구성요소 중 하나다. 힙합은 19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역동적인 춤과 음악을 총칭하는 말로 미국 뉴욕 할렘가에 거주하는 흑인이나 스페인계 청소년들에 의해 생겨났다. 랩은 다른 음악장르와는 달리 직설적인 가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정인과 계층을 비하하거나 거친 욕설이 등장하곤 해 비판받기도 한다.
국내에는 1990년대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을 통해 소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현재는 젊은이들이 즐겨듣는 음악의 하나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최근 뉴질랜드와 일본에선 랩 음악에 도전하는 노인들이 생겨날 정도로 고령층에도 서서히 스며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노인들에겐 외면 받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돛을 올린 ‘힙합의 민족’의 초반 흥행은 주목할 만하다. 총 8회로 예정된 이 프로그램은 8명의 여성 시니어들이 젊은 래퍼들과 팀을 이뤄 경연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출연자 면면도 화려하다. 배우 김영옥‧양희경‧이경진‧이용녀‧문희경을 비롯해 국악인 김영임, 에어로빅 강사 염정인, 국내 1호 할머니 래퍼 최병주 등이 참가해 1캐럿 다이아몬드를 두고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프로그램 탄생의 일등공신은 단연 ‘할미넴’이라 불리는 김영옥(80)이다. ‘할미넴’은 할머니와 에미넴(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출신 래퍼)의 합성어로 한 시트콤에서 배우 김영옥이 욕 대결을 한 것을 패러디하면서 탄생한 말이다. 한 네티즌이 김영옥이 욕처럼 들리는 문장을 빠르게 말한 대사와 랩 음악을 절묘하게 합성한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할미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1회 방송에서도 김영옥은 이용녀의 뒤를 이어 무대에 올라 지난해 발표돼 큰 인기를 끌었던 예지의 ‘미친 개’를 자신의 이야기로 개사해 들려줬다. 후배들 앞에서 수줍어하면서도 정확한 발음과 리듬감을 선보이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2주라는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이날 방송의 백미는 출연자 중 막내인 문희경(51)의 무대였다. 제시의 ‘쎈 언니’를 선곡한 그는 전문 랩 가수 버금가는 안정적인 실력과 파워풀한 무대 매너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랩 음악은 잘못 따라했다간 음치들의 노래처럼 당사자와 보는 사람 모두 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베일을 벗기 전까지 ‘힙합의 민족’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예능방송으로 여겨졌다.
막상 뚜껑을 여니 상황이 달라졌고 이 배경에는 출연자들의 진지한 태도가 한몫했다. 김영옥과 유방암을 이겨내고 복귀한 이경진 등은 나이든 사람은 랩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을 지우기 위해 도전했다. 사람들의 비웃음을 극복하기 위해 이들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나다’를 배우듯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무대에서도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이며 진정성을 더했다.
이들의 예상 밖 활약과 랩 음악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는 조롱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많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바꿔놓았다.
앞으로 펼쳐질 경연에서는 전문 래퍼와 한 팀을 이뤄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가사와 신구가 조화된 색다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출을 맡은 송광종PD는 “본 경연에 들어가면 더욱 재미있고 알찬 방송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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