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 사이
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 사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4.22 13:50
  • 호수 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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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국내 SNS가 진원지를 알 수 없는 괴소문으로 들썩거렸다. 인기 남자배우 A와 그의 연인이며 인기가수인 B의 은밀한 사생활을 담은 사진이 유출됐다는 소문이 떠돈 것이다. 일부 사이트에서 이 사진이 공개됐고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사진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경 한 언론매체가 이를 뉴스로 보도하면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결국 최초 보도가 나간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두 연예인의 소속사에서 사실무근이라 밝히고 유포자와 확인 없이 기사를 올린 언론사에 대한 법정대응을 밝히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날 떠돈 사진은 최근 폐쇄된 불법 음란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에 한 이용자가 2015년 올린 것이었다. 단순히 닮았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이를 악의적으로 유포했고 이를 보도한 매체도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게시하면서 애꿎은 피해자만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유명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은 대중의 관음증과 이를 이용해 사이트 유입자수를 늘려 광고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황색저널리즘이 결합해 빚어낸 촌극이었다.
얼마 전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미 법원이 철퇴를 내린 적이 있다. 1990년대 미국 유명 레슬링 단체인 WWF(현 WWE)에서 활동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헐크 호건(63)은 지난 3월 19일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겨 1억1500만달러(약 1300억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미국 인터넷언론사 ‘고커’는 2007년에 찍은 것으로 추측되는 1분41초짜리 영상을 공개했고 해당 영상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던 헐크는 이 때문에 WWE 명예의 전당에서도 제명되는 등 사실상 프로레슬링계에서 퇴출됐다.
이번 판결은 알 권리 보장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팽팽히 대립한 사건으로 관심을 모았다. 뉴스 가치가 있는 유명인과 관련된 동영상이라 해도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헐크 측 변호인의 손을 들어 준 평결은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황색 저널리즘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사생활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헌법 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를 통해 보장하고 있다. 이번 사례로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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