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냐, 폴더폰이냐”
“스마트폰이냐, 폴더폰이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5.06 15:26
  • 호수 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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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느리고 손이 좀 가는 불편함이 가슴 따듯한 추억으로 남아

결국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원해서 개비한 게 아니라 주위의 압력에 못 이겨서다. 원래는 플립을 열고 닫는 2G폰(일명 폴더폰)을 끝까지 가지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너도나도 스마트폰 홍수 속에서 ‘절개’(?)를 지키고 싶었다. 현대생활 영위에 폴더폰 사용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폰 대열 속에서 폴더폰의 문자판을 꾹꾹 누르는 모습이 신선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핸드폰이 처음 나왔을 무렵부터 최근까지 폴더폰만을 사용했다. 그 덕에 뜻하지 않은 횡재도 했다. 통신사가 자사 제품을 30년 이상 사용해준 회원들을 대상으로 사은행사를 열었다. (핸드폰 나온 지가 그렇게 오래됐는지도 의문이다). 20여만원 상당의 SK텔레콤 주식 한 주를 비롯 1년간 핸드폰 무료사용, 영화티켓 6장 등을 선물했다.
폴더폰의 장점은 간편한 휴대와 저렴한 사용료, 그로 인한 단순한 생활 등이다. 우선 크기가 작아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 바지주머니에 넣어도 계단을 오르거나 앉을 때 불편하지 않다. 액정이 깨질까봐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손에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듯하다. 노란색·붉은색의 스마트폰 가죽커버는 새차에 비싼 돈 들여 시트커버를 씌우던 획일화된 모습이 연상된다.
필자의 폴더폰 월 사용료는 2만원 내외였다. 기본료가 1만3000원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스마트폰의 월 사용료는 3~4배에 달한다. 필자의 스마트폰 옵션은 35제. 3만5000원이란 뜻이다. 통화와 문자, 데이터 사용 모두가 무제한이다. 부가세와 기기 값(2770원) 포함 총 4만1270원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폴더폰의 2배가 넘는다.
사실 폴더폰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구물이다. 요즘은 계약서·견적서 같은 서류는 카카오톡을 통해 전송한다. 선물하려는 옷·운동화 따위를 사진 찍어 보내 상대의 의사를 묻기도 한다. 폴더폰도 사진전송이 가능하지만 확대기능이 없어 도움이 안 된다. 폴더폰은 본인보다 상대가 더 불편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이런 기능들이 꼭 있어야만 할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집과 회사의 컴퓨터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은 만능키인가. 종종 ‘와이파이’(Wireless Fidelity·무선인터넷이 가능한 근거리통신망)가 불가능한 지역에선 인터넷이 열리지 않아 주식거래, 이메일 전송, 유튜브 등 모든 기능이 스톱이다. 그 순간엔 폴더폰에 다름없다. 고가의 사용료를 물면서 이런 사양들을 쓰지 못할 때 기분도 불쾌해진다.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은 영상통화와 녹음 기능, 질 좋은 사진촬영 등이다. 전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상대방의 모습을 보며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다는 사실도 큰 위안이 된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구닥다리 휴대용녹음기로 녹음하던 중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녹음기를 끄려는 순간 이미 작동이 멈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다. 상대방도 ‘괜찮겠느냐’고 걱정해주었다. 알고 보니 녹음 중간에 배터리가 소진됐던 것이다.
스마트폰과 폴더폰의 장단점을 말할 때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필자도 그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폴더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빠르고 쉽고 편한 것들이 삶에 그다지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서다.
느리고 손이 좀 가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런 것들이 삶의 한 부분에 애정과 연민이 스며들게 하고 잊지 못할 따스한 추억거리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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