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직접 ‘스타’ 만드는 시대
대중이 직접 ‘스타’ 만드는 시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5.06 15:27
  • 호수 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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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11인조 걸그룹 아이오아이(I.O.I)가 데뷔앨범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새 앨범을 발표하고 매일 차트 1위가 바뀌는 ‘가수 홍수 시대’에 나타난 기록이라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오아이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지난 4월 막을 내린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11명으로 구성됐는데 전원 100% 투표로 선발됐다. 기존 오디션이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비중이 40~50% 차지했고 이들의 입김이 투표에도 영향을 줬지만 아이오아이는 오직 시청자의 표로만 뽑혔다. 데뷔 전부터 각종 뉴스를 장식할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고 결국 일을 낸 것이다.
같은 날 두 연예인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 방영된 MBC ‘세바퀴’에 출연한 가수 김흥국과 개그맨 조세호의 대화에서 비롯된 ‘왜 안 왔어요?’ 놀이가 큰 화제를 모은 것이다. 당시 방송에서 김흥국은 조세호에게 한 탤런트의 결혼식에 “왜 안 왔냐”고 나무랐고 조세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모르는데 어떻게 가냐”고 답을 했다. 소소한 웃음을 주고 지나갔던 이 에피소드가 몇 달이 지난 시점에서 유행한 것은 네티즌들이 이를 패러디를 하면서 부터다.
조세호와 관련된 기사에 한 네티즌이 “이 사람 자기 부모 결혼식에도 안 갔다, 인성이 덜 됐다”는 글을 올리면서 너도 나도 ‘왜 안 왔어요?’라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2014년 여름 전국을 강타했던 ‘아이스버킷챌린지’ 때처럼 유명 연예인들이 패러디에 동참하며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어부지리로 조세호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흡사 지난겨울 큰 히트를 친 이애란의 ‘백세인생’에서 비롯된 ‘못간다고 전해라’ 놀이를 연상케 한다. 발표된 지 몇 년이 지난 ‘백세인생’이 히트곡이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한 네티즌이 ‘못 간다고 전해라’를 패러디하면서 시작됐다.
아이오아이, 조세호, 이애란은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스타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엔 기획사가 발굴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끼를 발산하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새로 등장한 방식은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을 대중이 2차적으로 가공하면서 스타가 됐다. 또 기존 방식이 방송 노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형기획사의 힘에 밀린 작은 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을 스타로 만들 방법이 없었지만 새 방식은 연예인이 끼만 가지고 있다면 방송 출연 없이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대중이 ‘직접’ 스타를 만드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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