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기 울음소리 들려야 가정이 행복하다
[기고]아기 울음소리 들려야 가정이 행복하다
  • 류성무 수필가/전 농업기술센터 소장
  • 승인 2016.06.03 15:05
  • 호수 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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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골목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동네 곳곳에서 메아리처럼 울리던 아기울음도 듣기 힘들어졌다. 정겨운 소리가 사라진 자리는 노부부와 독거노인 가정이 대신하고 있다. 간혹 맞벌이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노인들도 있지만 아이가 돌아가는 저녁이 되면 공허함만 커질 뿐이다.
지금이 예전보다 살기 좋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골이 상접한 어른들과 배를 곯는 아이들이 험난한 시대를 건널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이었다.
60년대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입에 풀칠하면서 보릿고개를 견뎌야 했다. 현실은 참혹했어도 3대가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며 견뎌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재롱으로 가정에는 웃음이 넘쳤고 이를 발판으로 이 나라는 물질적 풍요를 얻었다.
국가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노인 빈곤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노인은 빈고, 병고, 독고, 무위고(無爲苦)의 사대고(四大苦)에 시달린다.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돈벌이에 내몰린 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개인 혼자서 극복할 수 없다. 이겨내기 위해선 예전처럼 가족의 힘이 필요하다.
행복지수가 제일 높은 나라는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저소득 국가인 파키스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후진국이라고 한다. 이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가족이다. 인간의 진짜 행복은 명예‧지위‧돈이 아닌 가정의 평화에서 온다.
얼마 전 필자의 집안 행사에 온 가족들이 모인 적이 있다. 세 며느리가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필자의 서재까지 들렸다. 10개월 된 아이의 울음소리로 거실은 시끌벅적했지만 모처럼 집안은 활기를 찾았다. 예전에는 아기 우는 소리가 거슬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모처럼 듣는 소리는 가정의 희망을 암시하는 찬가처럼 들렸다.
예전과 달리 헐거워진 가족애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선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과도한 양육비, 초혼 연령의 지속적인 상승 등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돈이 문제다.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낳지 않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장기화 되면 가족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미래의 생산인구가 줄면 소비인구 감소가 야기된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하락하고 소비시장이 축소돼 경제활동마저 위축된다. 이대로 가면 미래의 노인들은 현재보다 더욱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가정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선 다시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에 정겨운 아기 울음소리가 넘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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