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에는 서열이 없습니다
국보에는 서열이 없습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6.03 15:07
  • 호수 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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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중에 국보 1호 남대문과 보물 1호 동대문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좀더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국보 2호(원각사지십층석탑)와 보물 2호(옛 보신각 동종) 정도까지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많은 문화재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물로 여기는 석굴암은 국보 몇 호일까? 이에 대해 ‘국보 24호’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2008년 화재로 크게 훼손되고 복원 과정에서도 많은 잡음이 나온 숭례문을 국보에서 제외하고 훈민정음해례본으로 국보 1호를 바꾸자는 입법 청원을 하면서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국보와 보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보물은 목조건축·석조건축·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 등 유형문화재 중 역사·학술·예술·기술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지정한 문화재를 뜻한다. 국보는 보물로 지정될 가치가 있는 것 중에 제작연대가 오래 되고 시대를 대표하거나, 유례가 드물고 우수하며 특이하거나, 역사적 인물과 관련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국보가 보물보다 더 가치 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지만 지정번호가 서열이 아니란 것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국보와 보물을 지정한 건 일제강점기 때부터다. ‘조선보물고적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에 의해 처음 지정됐고 이를 현재까지 따르고 있다. 지난해 보물이었던 동의보감이 국보로 승격되는 등 꾸준히 늘면서 현재 328종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앞서 밝혔듯이 국보 지정번호는 문화재 서열이 아니다. 처음 지정할 당시 가치가 뛰어난 것을 앞에 배치한 것이 아닌 서울을 중심으로 번호를 부여해 나갔다. 즉 수도였던 한양의 중심인 남대문과 동대문이 각각 1호로 지정됐고 역시 서울에 위치한 원각사지십층석탑과 옛 보신각 동종이 그 뒤를 따른 것이다.
학자들은 국보든 보물이든 모두 고유한 가치가 있고, 상대적으로 서열화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로 인해 지정번호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도 지난해 ‘지정번호 제도 개선 연구’ 용역에서는 대외적으로는 번호를 폐지하는 한편 내부적 관리번호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문화재와 관련이 있는 시기와 지역, 종류 등을 반영한 코드로 관리하는 방안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1’이 갖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문화재는 예외다. 모든 문화재가 ‘1’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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