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조각이라구?” 실물같은 정교함에 놀라다
“저게 조각이라구?” 실물같은 정교함에 놀라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6.10 13:39
  • 호수 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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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하이퍼리얼리즘’ 전
▲ 일상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한 극사실주의 작품을 모은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적인 작가 11명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디에고 코이의 ‘반사'

세계적인 극사실주의 작가 11명의 그림‧조각 작품 등 80여점 소개
마크 시잔의 ‘서 있는 경비원’, 아담 빈의 유명인 조각 등 인상적

물에 흠뻑 젖어 생각에 잠긴 여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저 작품은 그림일까, 사진일까? 관람객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 작품은 놀랍게도 사진이 아닌 ‘그림’이다. 이탈리아 극사실주의 작가 디에고 코이(27‧이탈리아)의 ‘반사’는 물감도 없이 오직 연필로만 표현한 작품이다. 지난 6월 3일 경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 들어서자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람’들이 전시장을 메웠다. 이중 움직이는 관람객을 제외한 모든 것은 사람이 아닌 ‘작품’이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미술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하이퍼리얼리즘: 피그말리온, 생명을 불어넣다’ 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는 9월 25일까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 기법을 이용해 인간 존엄성에 대한 고찰을 담은 작품 90여점을 선보인다.
극사실주의는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발생한 화풍으로, 일상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생생하고 완벽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팝아트, 추상표현주의와 더불어 서양미술을 발전시키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 마크 시잔의 ‘서 있는 경비원’

이번 전시에서는 극사실주의 조각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마크 시잔(70‧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 11명이 참여해 인간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이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마크 시잔의 ‘서 있는 경비원’이 입장하는 관람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경비원을 의미하는 ‘시큐리티’(Security)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남자가 턱을 괸 채 사람들을 관찰하는 이 작품을 본 일부 관객들은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말을 걸거나 손을 가져다대기도 했다.
마크 시잔은 사실적인 신체 조각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이질적이고 냉정한 관계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담아내 왔다. 무기력한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에 대한 연민과 슬픔을 담고 있다.
이는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구석에 있는’에서 잘 나타난다. 티셔츠를 머리까지 끌어올리고 생각에 잠긴 노파의 모습은 사람들의 연민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 아담 빈의 ‘마크 저커버그’.

이와는 달리 아담 빈(42‧미국)의 작품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등 널리 알려진 인물들을 묘사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아담 빈은 자신이 고안한 Cx5(조각용 점토)라는 물질을 이용해 유명 인물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담고 있는데 대상의 희로애락을 잘 보여준다.
수영선수들을 모델로 한 수중설치작품으로 유명한 캐롤 퓨어맨(71‧미국)의 작품도 볼만하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그는 햇빛에 그을린 여성의 건강한 피부, 격렬한 운동 후 노곤함을 달래는 표정, 송골송골 맺힌 투명한 물방울, 땀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카락 등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게 특징이다.
그의 작품 ‘내년 여름’은 꽃무늬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실제 눈앞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캐롤 퓨어맨은 또 작품에 물속이나 햇빛에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 본인만의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다. 세상과 예술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해석한 공공설치 작품을 통해 현대조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회화 중에는 앞서 소개한 디에고 코이의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그는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공부한 천재 화가로 자극적인 색을 배제하고 단색의 연필을 사용한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한다.
인간 내면의 심리적인 상태를 극대화하기로 유명한 디에고 코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모습은 흰색, 부정적인 모습은 검정으로 표현하면서 정교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이는 그의 또다른 대표작 ‘빛이 없이 어둠은 없다’(Non c'è buio senza luce)에서 잘 나타난다. 남자가 한 여자를 비닐로 질식사를 시키려는 듯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폭력을 암시하면서 현대사회를 향한 절망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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