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책장’을 ‘탁자’라 불렀다고…
조선시대에는 ‘책장’을 ‘탁자’라 불렀다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7.01 13:33
  • 호수 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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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박물관 ‘목‧공’ 전
▲ 이화여대박물관 ‘목·공’전에선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가구와 소품 100여점을 소개하고 있어 가구의 변천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화각 사층장’(왼쪽)과 ‘나전흑칠 십장생문 각게수리’의 모습.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가구‧소품 100여점 통해 변천사 소개
화각, 끊음질 기법으로 만든 장‧농과 한시 새긴 탁자 인상적

▲ ‘시명 사층 책탁자’, ‘죽제 필통’, ‘주흑칠 호족 원반’. ‘나전 지장 운문함’.(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물건을 올려놓기 위해 책상 모양으로 만든 가구를 통틀어 탁자(卓子)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난 6월 24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2층 기획전시관에서 만난 조선시대 탁자는 흔히 알던 것과 조금 달랐다. 가로로 평평하기 보다는 세로로 길쭉해 ‘책장’과 ‘장식장’을 닮았다. 탁자 옆에 전시된 서안과 경상이 오히려 현재의 탁자와 더 비슷했다. 이밖에 전시장을 채운 많은 가구와 소품이 현재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실용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품격만큼은 월등히 앞섰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가구와 소품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이 개교 130주년을 맞아 12월 31일까지 여는 ‘목(木)‧공(工)’ 전에서는 나무로 만든 각종 가구와 소품 등 100여점의 유물이 공개된다.
전시에서는 쓰임과 장식에 따라 ‘탁자와 서안’, ‘목공 소품’, ‘장과 농’, ‘소반’, ‘궤와 함’ 등 5개의 주제로 나눠 가구와 소품의 변화상을 소개한다.
1실에서는 탁자와 서안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3층 혹은 4층 구조의 탁자는 사방이 모두 뚫린 사방탁자, 수납을 위해 문갑 혹은 반닫이 문이 달린 장형태의 탁장으로 구분된다. 서안의 경우도 길이와 형태가 다양하다. 짧은 길이의 서안은 책을 읽을 때, 긴 서안은 두루마리 종이에 글을 쓸 때 사용됐고 아래쪽에 선반이나 서랍을 달아 효용성을 높이기도 했다.
여러 유물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건 19세기 제작된 ‘시명 사층 책탁자’와 1900년대 만들어진 ‘나전흑칠 시문 서안’이다. 그림과 화려한 장식 대신 한시를 새겨놓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2실에서는 다양한 목공소품을 만날 수 있다. 의복이나 중요한 문서, 귀중품 등을 보관하는 각종 함과 상자, 사랑방을 꾸미는 각종 문방용구들, 안방과 찬방 등 여성의 공간에서 활용되는 물품 등을 볼 수 있다. 크기는 작지만 세련된 비례미와 섬세한 장식을 갖추고 있는데 장인들의 능숙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매화, 국화를 수놓은 ‘죽제 필통’과 학, 소나무 등 십장생을 절묘하게 조각한 ‘목제투각 십장생문 원형 필통’ 등이 주목할 만하다.
생활공간이었던 안방의 주된 가구로 의복이나 기타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데 사용된 장과 농은 3실에서 소개된다. 장과 농은 용도와 규모에 따라 단층이나 2·3층 등으로 구성되며 하단의 받침다리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나 습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장은 층이 나뉘지 않는 일체형이며 농은 각 층이 분리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장은 용도에 따라 의장, 의걸이장, 버선장, 이불장 등으로 나뉘어 다양한 쓰임새를 보인다. 반면 농은 이동하거나 포개어 쌓아놓기에 편리하게 제작됐고 문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소의 뿔을 얇게 펴서 그 위에 채색 그림을 그려 장식하는 화각(華角) 기법이 돋보이는 ‘화각 사층장’과 일정한 크기로 가늘고 길게 오려낸 자개를 이어 붙이는 끊음질 기법을 활용한 ‘나전흑칠 귀갑문 이층농’이 인상적이다.
4실과 5실에서는 장방형의 상자를 가리키는 궤와 깊은 몸체와 뚜껑에 경첩을 달아 여닫도록 한 함도 만나볼 수 있다. 또 여러 목재와 제작 도구, 나전칠기와 화각의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함께 소개해 전시의 이해를 높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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