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의 애환과 정체성 고민 담겨
조선족의 애환과 정체성 고민 담겨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7.15 13:55
  • 호수 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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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현대미술관 ‘아리랑 랩소디’ 전
▲ 조선족 작가 이부일의 대표작 ‘환락’. 전시에서는 조선족의 애환과 정체성의 고민을 담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한‧중 교류전… 연변대학 이철호 교수 등 15명 참여

중국 연변대학 미술학원 리저허우(54) 교수는 지난 1990년대 말 부모의 고향인 한국을 찾았다. ‘이철호’라고 불리며 조선족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체류 막바지 불법 체류자로 몰릴 뻔한 경험을 한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보며 ‘혼백’ 시리즈를 발표한다.
지난 7월 8일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아리랑 랩소디’ 전시에는 이철호 교수의 오랜 고민이 담긴 ‘혼백’ 시리즈의 하나인 ‘아리랑-사과배꽃’이 걸려 있었다. 작품에는 백의를 입은, 영락없는 ‘한국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는 곧 조선족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중 국제현대미술 교류전인 ‘아리랑 랩소디’ 전이 오는 9월 19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민족의 뿌리를 갖지만 중국에 흩어진 예술가들을 초청해 이들의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소개한다. 변시지, 강요배 등 제주를 대표하는 국내 작가와 조선족 작가 이철호, 박춘자(피아오춘즈), 이귀남(리궈이난) 등 15명의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원로작가, 중견작가, 청년작가 등 3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70~80대 원로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단색조로 제주의 자연풍경과 초가삼간을 담아낸 변시지(1926~2013)의 작품들이 볼 만하지만 조선족 출신 이부일(리푸이‧74)의 ‘환락’도 놓쳐선 안 된다.
이부일은 조선족의 애환과 슬픔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환락’은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징, 장구, 북 등을 치며 사물놀이를 즐기는 조선족 젊은 남녀를 그린 이 작품은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조선족의 애환을 희망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중견작가의 작품들 중에선 이철호의 작품과 함께 박춘자(피아오춘즈‧53), 문 성(원청‧60)의 작품이 볼 만하다. 박춘자는 이철호와 달리 중국회화인 공필화(工筆畵)를 현대적 색채로 재해석해 소수민족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대표작 ‘조망’은 중국전통의상을 입은 네 명의 여성을 분홍빛으로 표현해 강인함과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반면 문 성은 거친 붓질로 백두산의 풍경을 담아낸 ‘백두산’ 시리즈를 통해 숱한 고난과 역경을 버텨낸 한민족의 자긍심을 풀어냈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청년작가들은 선배 작가들과 달리 전통회화에서 벗어나 독특한 개성을 표출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조각품을 만든 이승수(39)와 LED조명과 스피커를 이용한 부지현(36)의 작품과 함께 박광섭(피아오광시에‧46)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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