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엔 바캉스 대신 북캉스 떠나볼까요
올 여름엔 바캉스 대신 북캉스 떠나볼까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7.15 13:57
  • 호수 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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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에 읽기 좋은 베스트셀러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살면서 마주치는 상황이나 감정에 대처하는 인생지침
종의 기원 마음의 병 앓는 주인공이 악인 되는 과정 그린 추리기법 소설
사피엔스 7만년 전 인류를 승리자가 되게 한 ‘인지혁명’ 제시한 인문서

최근 여름철을 맞아 ‘북캉스’가 새로운 피서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북캉스란 ‘북(book)’과 ‘바캉스(vacance)’를 합친 말로 독서를 통한 휴식을 뜻한다. 휴가철 인파로 북적이는 해변이나 강가로 가기보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집 혹은 도서관에서 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은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권을 선정해 공개했다. 문학, 철학, 사회‧경제, 자기계발 등 8개 분야로 나눠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또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대형 인터넷서점들도 상반기 베스트셀러를 정리하며 바캉스에 읽기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대형인터넷 서점이 소개한 책 중 북캉스 하기 좋은 책들을 정리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올해 상반기에는 지친 현대인들의 삶을 위로하는 자기계발서가 유독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미움 받을 용기’를 비롯해 ‘법륜스님의 행복’ 등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단연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전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통해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혜민 스님은 4년 만에 발표한 신작에선 살면서 마주치는 상황이나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SNS와 마음치유콘서트 등 강연을 통해 마주한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 끝에 이끌어낸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편안하고 따뜻한 소통법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혜민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가족과 친구, 동료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저자는 ‘나 자신’이 완벽하지 않듯 세상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완벽하지 않음을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더 크고 깊은 사랑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우리 안에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자비한 시선도 함께 있음을 일깨워준다.

◇종의 기원
상반기 문학계 최고의 화두는 단연 한강 신드롬이었다. 베스트셀러 10위권 내 단 한 권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한국문학은 지난 5월 한강이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 등이 상위권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이때 함께 부상한 작품이 정유정의 ‘종의 기원’이다. ‘7년의 밤’, ‘28’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추리소설을 순수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평을 받은 그는 간호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으로 도합 14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마흔 넘어 데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작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에 대한 추상적인 접근이 아닌 한 명의 악인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 주는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 그는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16세 때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어느날 약을 먹지 않고 외출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다가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자기 방에서 나와 거실로 내려온 유진이 발견한 것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였다.
평생에 걸쳐 자신을 억압했던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한 유진은 지난 며칠간의 행적과 지금까지의 삶을 복기하며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나간다.

◇사피엔스
국립중앙도서관 추천도서와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에 모두 이름을 올린 ‘사피엔스’는 이스라엘의 한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40)를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로 탄생시킨 화제의 책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 종이 다른 동물과 결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인류의 미래일 수 있음을 말한다.
이를 위해 인류가 발전해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개척해온 장구한 이야기를 저자는 세 개의 혁명으로 묶어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세 가지 혁명은 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약 1만2000년 전의 농업혁명, 약 500년 전의 과학혁명이다.
이중 저자가 제시한 신선한 이론이 ‘인지혁명’이다. 7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한 구석에서 다른 동물은 물론 유인원보다 뛰어나지 못해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뇌가 커지며 ‘인지혁명’을 겪게 되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됐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열악한 면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지능력으로 보완하고 오히려 우월한 성취를 보였다. 수렵 채집에서 월등한 결과를 보이던 그들은 심지어 수많은 동물 종을 멸종시키고 다른 유인원들을 제거하며 지배자가 됐다.
유발 하라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기까지 이른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적 설계’이론으로 무장하고 스스로 창조하는 존재, 즉 신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른 종을 변형시키거나 새롭게 만들고 자신 스스로도 개조(DNA 조작, 사이보그 등)하며, 결국 영생불사를 실현하려는 사피엔스를 내다보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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