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거부권 달라는 현대차노조의 생떼
승진 거부권 달라는 현대차노조의 생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7.22 13:48
  • 호수 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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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대리’로 남아 노조 울타리 안에서 고용 안정 받으려고

오래 살다보니 별일을 다 본다. 승진을 거부하겠다는 거다. 샐러리맨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승진인데 이것을 거부하는 권리를 달라며 파업했다. 현대차․현대중공업 얘기다. 기가 찰 노릇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노사임금협상 요구안에 승진 거부권을 포함시켰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 조합원 자격이 사라지는데 조합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승진을 거부할 권리를 달라는 내용이다. 노조가 만년대리로 남겠다는 속내는 편하게 회사생활하며 혜택은 더 많이 받겠다는 ‘놀부 심보’다.
현대차는 과장부터 연봉제를 적용한다. 5단계로 인사고과가 이뤄지고 고과에 따라 연봉도 달라진다. 과장부터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직책을 달고 피곤하게 일하는 대신 간섭이 덜하고 자기 일만 하면 되는 대리로 남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가 따로 있다. 노조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다. 대리로 남으면 강성노조 울타리 안에서 고용 안정을 받을 수 있다. 노조도 이들을 조합원으로 유지하면서 세를 키울 수 있어 좋기 때문에 파업조건으로 내걸은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황당한 요구는 이뿐이 아니다. 현대차 직원 연봉은 평균 9600만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며 세계 자동차업계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이른바 ‘명차’ 제조사로 알려진 독일․일본의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도요타의 연봉이 7800여만원과 7900여만이다. 현대는 우물 안 수준의 명차를 만들면서도 연봉은 이들보다 훨씬 더 많다.
이번에 현대차는 기본급 7.2% 인상에 당기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안으로 들고 나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고 내수시장 점유율은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연봉을 올려달라고 단체행동을 벌이고 있다. 제 정신이 아니면 하기 힘든 작태이다.
현대중공업은 한술 더 떴다, 지난해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해 구조조정의 위기에 내몰린 회사다.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절벽’에 부딪쳐 생존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치르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는 판에 승진 거부권, 구조 조정 불가 등을 내세우며 공동파업 중이다.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분노와 허탈감으로 무너져 내릴 정도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참담하다. 근로자의 절반이 연봉 2500만원으로 현대차 연봉과 비교가 안 된다. 근로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398만2000명이나 된다. 20대 취업자 378만6000명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나이든 이가 젊은이보다 더 일을 많이 하는 기이한 나라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는 980만9000명이다.
선진국가에선 직장에서 은퇴하고 여행 다니며 편히 쉴 나이에 우리나라 노인들은 가족 부양과 생계의 이유로 일터로 내몰려 최후의 ‘엑기스’까지 뽑히고 있다. 일자리의 질은 또 어떤가. 대부분 땡볕에서 땀 흘리는 경비나 택배, 택시운전, 주차요원, 화장실 청소 같은 허접한 일자리로 한달 100만원 내외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현대차․현대중공업 노조여, 최저임금에 순응하며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하는 이웃 할아버지․할어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봐서라도 당장 파업을 거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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