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뜨락이 주민들의 ‘찻집’으로 변신했어요”
“경로당 뜨락이 주민들의 ‘찻집’으로 변신했어요”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7.22 14:18
  • 호수 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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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벽산타운경로당 찻집 ‘안채뜨락’
▲ 서울 금천구 벽산타운경로당 회원들이 운영하는 찻집 ‘안채뜨락’이 주민들의 휴식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커피머신 작동법을 시연 중인 조남애 회장(맨 왼쪽)과 회원들.

지난해 7월 개장… 조남애 회장 등 회원들이 서비스
수익금 전액 기부… 수화 배워 어린이들 가르치기로

“이제까지 노인으로서 받기만 했던 혜택을 이웃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었죠. 그러다 더운 여름에 경로당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을 대접하면 좋을 것 같아 찻집을 시작했어요.”
서울 금천구 시흥2동 벽산타운경로당이 운영하는 찻집 ‘안채뜨락’이 지역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매주 월~금요일 오후 1~5시 경로당 옆 공터에서 주민들에게 차 한 잔의 여유와 휴식을 제공한다.
안채뜨락은 지난해 7월 개장됐다. 회원들이 사회공헌을 위한 활동을 모색하다 손쉬운 믹스커피를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회원이 대부분 여성이고, 경로당 뜰을 활용한다는 점 때문에 찻집 이름은 ‘안채뜨락’이 됐다.
지난해 7~10월 총 4개월간 운영해 얻은 수익금 117만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올해도 역시 수익금을 모두 이웃에 전할 예정이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조금 이른 5월에 찻집 문을 열었다. 봄꽃들이 만개하는 경로당 뜰의 특성을 알리고, 더 많은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목표액은 우선 120만원으로 잡았다.
이에 앞서 대한노인회 금천구지회의 지원도 이끌었다. 금천구지회는 올해부터 커피머신(30만원)과 기계에 들어가는 캡슐(15만원), 종이컵 등 재료비를 후원하고 있다. 그 덕에 직접 커피를 타던 어르신들의 수고는 줄고, 커피의 질은 높아졌다.
조남애 회장(75·여)은 “지난해까진 믹스커피, 녹차, 보리차, 미숫가루 등을 판매했으나 올해부턴 메뉴를 아메리카노, 라떼, 아포카토 등 커피 종류로 통일했다”며 “커피머신으로 만든 진한 맛을 2000원 내외의 가격에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커피머신을 다루는 회원은 조남애 회장을 비롯해 이춘자(76)·마덕숙(75)·양영숙(76) 어르신 등 총 4명. 서로를 ‘바리스타’라고 부르는 이들은 고령의 나이에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단다.
안채뜨락은 경로당 앞 공터에 마련돼 있지만, 경로당 교육프로그램이 없을 때는 경로당 안까지 찻집으로 변신한다. 자신들의 공간을 내어준 셈이지만, 어르신들은 오히려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마덕숙 어르신은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찻집 운영에 적극 찬성했다”며 “주민들이 차를 마시며 경로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한다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벽산타운경로당은 6월부터 금천노인복지관에 의뢰해 전문가로부터 수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찻집 운영을 시작으로 나중에는 유치원 아이들을 초청해 수화를 가르쳐줄 생각이다. 이뿐 아니라 마술,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금천구는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벽산타운경로당을 올해부터 개방형 경로당으로 지정, 찻집이 더욱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시에 주민들과 어르신들 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조남애 회장은 “경로당은 이제 노인들이 시간만 보내는 장소가 아닌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이웃을 돕고, 재능기부도하는 생산적인 장소로 변모할 수 있다”며 “우리 안채뜨락에 언제든 놀러와 경로당을 구경하고 맛있는 커피도 맛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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