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제자 향한 스승의 애타는 그리움
애제자 향한 스승의 애타는 그리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7.22 14:19
  • 호수 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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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도리화 귀경 가세’

“스물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萬化方暢) 봄이 되니 구경 가세 구경 가세 도리화(桃李花) 구경 가세.”
조선 후기 고창 출신의 판소리 이론가이자 작가인 신재효(1812∼1884)가 지은 ‘도리화가’(桃梨花歌)는 이렇게 시작된다. 화사한 봄이 연상되는 가사 때문에 밝은 내용이라 여겨지지만 실제론 제자 ‘진채선’을 향한 지독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전북 고창읍성 내아 무대는 이 단가(短歌)로 가득 찼다. 하지만 좀 분위기가 달랐다. 신명나는 고창농악이 곁들여져 밝게 재탄생한 것이다.
신재효와 진채선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도리화가’를 고창농악 스타일로 꾸민 ‘도리화 귀경 가세’가 오는 9월 24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전북 고창읍성 내아에서 진행된다.
이번 공연을 보다 재미있게 관람하기 위해선 전북 무형문화재 제7-6호로 등록된 ‘고창농악’과 도리화가의 탄생 배경을 아는 것이 좋다.
도리화가는 춘향가를 비롯해 판소리 여섯 바탕 사설을 정리한 신재효가 만든 14편의 단가 중 하나이다. 그는 재력을 바탕으로 광대를 모아 판소리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이중 한 명이 조선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이다.
무당의 딸로 태어난 진채선은 어머니를 따라 다니며 어깨너머로 소리를 익혔다. 그러다 소리꾼들을 길러낸다는 신재효의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미모가 빼어나고 소리가 고왔던 진채선은 신재효의 총애를 받고, 그의 집에 기거하며 판소리를 배웠다. 진채선을 최초의 여자 명창으로 키우고 싶었던 신재효는 당대의 명창 김세종으로부터 소리를 배우게 한다. 또 그는 경복궁 중수(重修)에 맞춰 전국의 광대들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채선을 한양으로 올려 보낸다. 결국 신재효가 직접 지어준 단가를 부른 진채선은 대원군의 총애를 한몸에 받으며 그의 첩실이 된다. 이로 인해 진채선과 이별하게 된 신재효는 제자를 향한 그리움이 깊어져 결국 병까지 얻게 됐다. 그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보낸 단가가 ‘도리화가’다. 이 사연은 지난해 영화 ‘도리화가’로도 만들어져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이별을 신명나게 변신시킨 고창농악은 고창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농민 음악으로 고깔을 쓴 소고잽이가 굿거리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고깔소고춤이 특히 인상적이다.
공연은 이 고깔소고춤과 함께 장구‧징‧북이 만들어내는 신명나는 가락의 열림굿으로 시작된다. 출연진이 모두 등장해 굿판을 벌이며 유쾌한 재담으로 굿판을 열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이어 시작되는 본격적인 공연에선 진채선이 등장해 문신(門神)을 달래는 굿인 문굿으로 신재효에게 자신을 재능을 보여준다. 진채선의 재능과 당찬 매력에 반한 신재효가 이에 화답하는 굿을 선보이고 소리와 탈춤, 인형극까지 다양한 전통연희 요소를 조화시킨 무대가 이어진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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