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에 가려진 ‘인천 상륙’의 숨은 주역들 조명
맥아더에 가려진 ‘인천 상륙’의 숨은 주역들 조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7.29 13:34
  • 호수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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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천상륙작전’
▲ 이번 작품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숨은 주역인 ‘X-RAY’작전에 참여했던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은 극중 이정재가 연기한 국군 장교 장학수(오른쪽)와 이범수가 연기한 북한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이 대치하는 장면.

한국전쟁 전세 바꾼 첩보작전 ‘X-RAY’ 다뤄… 첩보액션 인상적
‘쉰들러 리스트’ 리암 니슨, 맥아더 역 맡아… 국내배우 연기도 일품

한국전쟁의 전세를 단숨에 뒤바꾼 인천상륙작전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맥아더 장군이다. 군모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파이프를 문 맥아더 장군의 지휘 하에 7만5000명의 연합군과 261척의 함정이 투입된 이 작전이 아니었다면 한반도는 온통 적색으로 물들었을지도 모른다. 정작 이 작전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숨은 조력자는 누구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작전의 이면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이 물음에서 출발한다.
올 여름 최고의 화제작 ‘인천상륙작전’이 7월 27일 개봉했다. 160억원의 제작비와 ‘쉰들러 리스트’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64)이 맥아더 장군을 연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봉 전부터 무수한 기대를 모았다.
작품의 주인공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맥아더 장군이 아니다. 영화는 역사에 이름조차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던 한국인들의 활약에 집중했다.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수행하는 해군 첩보부대를 비롯해 그들과 함께 연합군의 인천상륙을 돕게 되는 켈로부대(한국인으로 구성된 연합군 소속의 스파이 부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X-RAY 작전은 맥아더 장군이 인천의 지형과 적 상황에 대한 정보수집을 요청해 진행된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말과 지리에 생소한 미군 첩보부대를 투입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탄생한 부대다. 이들은 8월 20일 첩보활동을 개시해 인천 영흥도를 거점으로 서울, 수원 등지까지 잠입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항공사진 촬영, 북한군의 인천지역 병력 규모, 기뢰 위치 및 제거, 상륙 지점 지형 등을 탐지했는데 이 정보들은 미국동군사령부에 송신돼 인천상륙작전의 세부계획을 수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는 이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해 긴박감 넘치는 첩보액션으로 재탄생했다. 실제 사건의 골격을 유지하고 가상 인물의 이야기로 꾸민 것이다.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 분)는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돼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 분)이 인천으로 가는 길을 확보하러 나선다. 달리는 기차에서 북한군 장교 박남철(박성웅 분)을 교살한 뒤 북한군으로 위장한 그는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 분)의 수하로 들어간다.
이후 장학수는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그의 정체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림계진의 온갖 시험에 맞서 나간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 디데이가 다가오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X-RAY 작전 마저 위험에 처하면서 극에 긴장감은 고조된다.
이번 작품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전쟁영화답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950년대 인천을 완벽히 재현한 세트장을 배경으로 큰 규모의 전투장면을 선보인다. 술집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을 비롯해, 인천 시내를 트럭과 지프차가 질주하며 화려한 액션을 만들어낸다. 인천 앞바다를 채운 상륙선과 하늘을 덮은 폭격기들은 극 후반 관객들을 압도한다. 이와 함깨 국군의 카빈 소총, 북한군의 모신나강(Mosin-Nagant) 총 등 당시 사용했던 실제 무기를 고스란히 등장시켜 사실성도 높였다.
일각에서는 국군의 시선으로 풀어낸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북한군이 아무렇지 않게 민간인을 학

▲ 맥아더 장군 역은 할리우드 명배우 리암 니슨(사진)이 맡았다.

살하거나 부하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림계진의 모습을 통해 반공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전쟁을 겪지 않았던 세대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당시 북한군이 악마와도 같은 존재다. 북한군의 민간인 학살은 역사적 사실이고 이러한 점에서 이번 작품은 당시의 참상을 충실히 보여줬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인상적이다. 극을 이끄는 국군 장교 장학수와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으로 출연한 이정재와이범수는 초반부터 후반까지 쉼 없이 몰아치는 긴박한 전개를 책임감 있게 이끈다. 특히 이범수는 인민군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7kg이나 살을 찌우며 색다른 악역을 보여줬다. 북한 사투리 또한 자연스러운 연기 기술로 소화한다. 이미 결과는 알고 있지만 그가 맡은 림계진이 있었기에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낳게 한다.
리암 니슨의 활약도 볼만하다. 등장과 동시에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분량은 20분 남짓이지만 존재감만은 타 배우들을 압도한다. 그는 파이프와 선글라스, 말투 등 역사 속 맥아더를 완벽히 재현해 몰입감을 더한다. 극중 맥아더가 읊는 대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명언으로 다가온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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