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옹주의 비극적인 삶
대한제국 마지막 옹주의 비극적인 삶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8.05 14:57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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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

일제에 핍박받고 귀국길도 막혔던 이덕혜 재조명

1945년 8월 15일, 역사적인 광복을 맞자 억울하게 일본에 끌려갔던 한 여성이 조국행을 결심한다. 원치 않은 결혼을 통해 딸까지 낳은 그녀는 비로소 삶의 희망을 찾았고 딸과 함께 귀국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함께 온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녀와 딸은 입국장을 통과하지 못했다. 조선 왕실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거라 우려한 이승만 정권이 그녀의 입국을 막은 것이다. 고종황제의 고명딸로 태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덕혜옹주(옹주는 후궁의 딸) 이야기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였던 이덕혜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 ‘덕혜옹주’가 8월 3일 개봉했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로 섬세한 감정 연출을 선보였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제작단계부터 주목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1961년 한 신문사의 중견기자 김장한(박해일 분)이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며 시작한다. 독립운동을 하다 광복 후 기자가 된 그는 사라졌던 덕혜옹주(손예진 분)의 소식을 듣고 즉시 짐을 싸 도쿄로 향한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환갑을 맞아 얻은 막내딸이다. 나라는 일제의 손아귀에 넘어갈 위기였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란다.
하지만 1919년 고종이 승하하자 상황이 돌변한다. 조선인들이 덕혜옹주를 중심으로 뭉칠 조짐을 보이자 일제는 불과 13세인 그녀를 강제로 일본에 유학 보낸다. 이후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게 흘러간다. 학업을 마친 덕혜옹주는 고국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분)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녀에게 대한제국의 황녀가 아닌 일제의 꼭두각시 노릇을 강요한 것.
이런 그녀에게 한줄기 희망이 찾아온다. 어릴 적 친구인 김장한이 일본군으로 위장해 덕혜옹주 앞에 나타난 것이다. 김장한은 독립군 비밀조직원으로 덕혜옹주와 함께 살고 있던 영친왕을 임시정부가 있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시키려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마저도 일제에게 들통나면서 그녀의 삶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진다.
작품은 권비영 작가가 2009년에 발표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덕혜옹주는 소설과 영화에 그려진 것처럼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쫓겨나 망국의 황녀라는 이유로 불행한 삶을 강요당한다. 일본에서 백작과 정략결혼을 하고 이승만 정부의 방해로 귀국길이 막히며 결국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얻어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또 딸마저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로 인해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도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녀는 1962년이 돼서야 가까스로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이후에도 불행한 삶을 벗어나지 못했다.
작품은 이런 안타까운 그녀의 삶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독립운동이라는 허구가 곁들여졌지만 작위적이지 않고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지도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녀가 삐뚤빼뚤하게 쓴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긴 여운을 남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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