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금관과 흡사한 ‘황금의 언덕’ 유물 눈길
신라시대 금관과 흡사한 ‘황금의 언덕’ 유물 눈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8.12 15:23
  • 호수 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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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전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전에서는 동·서양 만남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유물 1400여점을 소개한다. 사진은 기원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하학 무늬 잔’과 ‘용·인물 무늬 드리개’, ‘금관’의 모습.(왼쪽부터 순서대로)

동서양이 교류한 흔적 확인할 수 있는 유물 1400여점 공개
시대별 대표 유적지 4곳 소개… 9월 27일부터는 경주서 전시

1973년 경주 천마총(天馬塚) 발굴 조사에서 발견된 국보 제188호 천마총 금관. 넓은 관테에 3개의 나뭇가지 모양과 2개의 사슴뿔 장식을 접합해 만든 이 관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 문화의 화려함을 한 눈에 보여준다. 요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한 금관이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천마총 금관과 쌍둥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금관은 놀랍게도 내전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서남아시아 국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제작된 것이었다.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전이 열려 화제다. 오는 9월 4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 소장품 1412점을 선보인다.
아프가니스탄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등에 둘러싸인 내륙 국가로 지형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서쪽의 유럽, 동쪽의 중국, 남쪽의 인도를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돼 탄생한 아프가니스탄의 고대 문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 지역의 문화 연구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대 한국 문화와의 연관성 등으로 관심을 받아온 귀한 유물들은 내전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2006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을 돌며 전시 중이다. 9월 27일부터 11월 27일까지는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겨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시는 크게 ‘테페 푸롤’, ‘아이 하눔’, ‘틸리야 테페’, ‘베그람’ 등 네 곳의 유적지를 시기별로 나눠 구성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기원전 2000년 청동기시대 유적지 테페 푸롤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출토된 황금잔의 기하학무늬나 동물의 표현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인더스 문명과의 교류를 짐작하게 해준다. 두 번째 공간은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군주 알렉산더의 동방원정 이후 세워진 아이 하눔 유적으로 꾸몄다. 아이 하눔에서는 신전, 궁전, 경기장, 도서관, 반원형 극장 등 그리스 도시의 전형적인 양식이 발견됐다. 건축물에서는 페르시아의 양식이 사용되는 등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혼합한 헬레니즘 문화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황금의 언덕’을 뜻하는 틸리아 테페의 유적을 다룬 세 번째 공간이다. 1978년 소련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발굴로 세상에 드러난 이곳은 이집트의 투탕카멘 발견에 버금가는 중요한 성과로 주목받았다. 기원후 1세기경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5기의 여성 무덤과 1기의 남성 무덤이 발견됐는데 특히 6호 묘에서 발굴된 ‘금관’은 신라 금관의 기원 등에 대한 연구 자료로 우리나라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름 25㎝의 둥근 은판에 마차를 탄 두 여신을 새기고 금으로 장식한 ‘키벨레 여신이 있는 둥근 판’(기원전 3세기)도 볼만하다. 서아시아 대지의 여신인 키벨레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를 함께 새겨놓은 판으로 서아시아와 그리스, 중앙아시아 유목문화가 만나 탄생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성혼 장면을 조각한 황금 유물인 ‘디오니소스·아리아드네 걸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술의 신으로 알려진 디오니소스는 신화에서 주로 표범을 타지만 이 걸쇠에서는 사자의 몸에 새 머리(주로 독수리 머리)가 달린 신화 속 동물 ‘그리핀’을 타고 있어 신성함이 느껴진다.
이와 함께 ‘황금 숫양 조각상’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숫양이나 사슴은 뿔이 떨어져도 다시 솟아나 영원성과 생명을 상징하고, 나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위세와 권력을 나타낸다. 높이 5.2㎝로 작지만, 균형미와 더불어 근육 표현에 생동감이 넘친다. 뿔 마디, 주름에서도 정교함이 드러난다. 작품 전반에서 유목민족 특유의 야성미가 물씬 풍긴다. 이러한 사슴의 상징성은 신라 금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서는 쿠샨 왕조의 여름 수도로 번영했던 베그람 유적을 다룬다. 베그람은 7세기 중국의 승려 현장이 기록한 ‘카피시국’의 도읍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세기 유물로 추정되는 궁전터에서 많은 양의 유리기, 청동기, 석고, 칠기 등이 출토됐다. 실크로드와 해상무역으로 번영했던 도시의 모습에서 활발했던 동서 문물 교류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전시장 한쪽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사진전 ‘아프가니스탄의 자부심’이 열려 전시의 다양성을 더했다. 관람료 무료.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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