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노인빈곤 주제, 출판가 다양한 해법 제시
고령화‧노인빈곤 주제, 출판가 다양한 해법 제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8.12 15:24
  • 호수 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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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위기’ 다룬 책 꾸준히 팔려
▲ 고령화 위기를 심층적으로 다룬 국내외 서적이 출판가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하류노인이 온다 누구나 빈곤 노인 될 수 있다며 사회적 제도 보완 강조
글로벌 고령화… 노년층이 경제 성장 이끄는 ‘제2차 노화혁명’ 주장
노후파산 시대… 자금이 넉넉해도 인생 후반기 새로운 마음가짐 필요

지난 2004년 거장 임권택 감독은 99번째 작품 ‘하류인생’을 발표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주먹세계’에 몸담았던 건달의 비극적인 인생을 다룬 작품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 하류인생을 연상케 하는 신조어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하류노인’. 단어만 보면 마치 노년기에 접어든 야쿠자(일본의 폭력조직)를 뜻하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노후 파산’으로 인해 빈곤층이 된 노인을 지칭한다.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사회는 급속히 고령화 되고 있다. 하지만 노인 빈곤의 심화로 ‘장수는 축복’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국가에서 빈곤 노인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재원의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
서점가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고령화 사회를 전망하는 책을 앞 다퉈 출간하고 있다. ‘2020 하류노인이 온다’(청림출판),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아날로그), ‘노후파산 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한스미디어) 등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이 전망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전망과 해결방법 등을 정리했다.

◇2020 하류노인이 온다
2014년 9월 일본 국영방송 NHK는 ‘노인표류사회- 노후파산의 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일본 사회에 커다란 화두를 던진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독거노인 수가 600여만명을 넘어섰고 그중 300여만명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가운데 200여만 명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상실한 ‘노후파산’의 삶을 살고 있다. 이 사실이 방영되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책이 ‘2020 하류노인이 온다’이다. 일본의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노인 빈곤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소득층 장애인과 노인의 자립을 돕는 비영리단체 훗토플러스 대표인 후지타 다카노리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노인들을 만나며 쓴 그들의 실상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류노인이 된 계기는 다양했다. 3억원의 노후자금이 있었지만 병원비로 탕진한 노인, 연봉 5000만원을 받던 중산층이었지만 황혼 이혼을 당하고 연금을 전 부인과 나눠 갖게 되면서 실질연금수령액이 확 줄어버린 노인도 있다. 또 결혼을 못하고 비정규직에 종사한 까닭에 연금 수령액 자체가 미미한 사람도 많았다. 청년실업 문제로 자녀가 취업을 못해 부모의 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들을 만나며 노후 빈곤의 문제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사회정책과 긴밀히 연결됐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구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고, 이들을 구제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보장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일부 제도의 보험화를 제안하고 있다. 또한 빈곤 노인의 가장 큰 문제가 주택 문제임을 지적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묵시록적인 관점과 달리 고령화 사회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고령화 사회 연구를 진행하는 미국 밀켄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펴낸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는 고령화 사회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잿빛 미래를 서술해 온 책들과 달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노년기에 접어들 베이비붐 세대를 새롭게 정의했으며, 그 힘이 고령화 사회의 막강한 잠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전 세대와 달리 건강한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력이 단순 구매력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에 맞게 노년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2차 노화혁명’이라 지칭했다.
‘2차 노화혁명’의 대표적 예가 미국 은퇴자협회다. 은퇴자협회는 회원이 4000만명이 넘고, 사무총장은 미국 대통령 다음 가는 권력을 가진다. 50세가 넘으면 은퇴 여부와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는 협회는 중년과 노년 사이 ‘앙코르 커리어’라는 새로운 시기를 탄생시켰다.
이런 노년층이 새로운 경제 성장의 자원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9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이미 교육, 환경, 건강, 사회봉사 같은 분야에서 인생 2막의 앙코르 커리어를 쌓고 있다.

◇노후파산 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노후파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노후파산 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는 고령화 대한민국의 노후 빈곤 실태를 냉혹하게 진단하고 사회와 개인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취지에 따라 전문가 7인의 의견을 엮었다.
먼저 노후 빈곤의 실상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노후 파산은 현재 노년층을 넘어 중장년층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를 방관한다면 국가파산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공적연금, 장년 일자리, 보건의료, 교육훈련, 노인복지, 여가 프로그램 등 입체적 영역에서 정부 정책이 입안되고 적극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퇴직금을 연금화 할 필요가 있으며 부족분은 개인연금 등의 저축으로 보완할 것을 주문한다. 또한 거주하는 집이나 농사를 짓는 토지를 담보로 연금 형태의 대출을 받는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 보완책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자금이 넉넉해도 노후생활이 고독하고 피폐해지는 사례를 제시하며 노후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인생이라는 경기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에 새롭게 돌입한다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반전을 잘 뛰기 위해 새로운 마음가짐, 직업, 가족관계, 인간관계, 주거, 자기계발, 건강관리 등의 영역을 점검하고 입체적으로 준비할 것을 제언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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