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주치의제’ 법안 싸고 논란
‘경로당 주치의제’ 법안 싸고 논란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8.19 10:49
  • 호수 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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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철 의원 “광명시 등서 시행효과… 법제화 필요”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경로당 주치의 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 비용효과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간 자유경쟁 체계를 왜곡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동네의사가 경로당을 방문해 건강상담을 제공하는 ‘경로당 주치의’ 제도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의사협회 “의료안전에 문제, 의료기관 경쟁도 해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 경로당의 주치의 제도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노년층 건강악화에 대응하고자 ‘노인복지법’과 ‘지역보건법’을 일부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광명시, 충북 영동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통이 불편하거나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많은 마을 경로당에서 주치의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충북 영동군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군내 경로당 44곳을 대상으로 군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 33명을 경로당 주치의로 지정하고 운영한 결과, 모두 2564명이 병원을 찾지 않고 가까운 경로당에서 치료를 받았다. 특히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129명의 환자를 발견해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도시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등 주민의 건강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이다.
광명시의 경우 전국 최초로 대한노인회 광명시지회, 광명시의사회·한의사회·치과의사회와 ‘경로당 주치의제’ 운영 협약을 맺어 평균 월 1회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모두가 참여하는 서비스를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광명 1~7동, 철산 1~2동의 경로당 41곳을 대상으로 의사는 노인 건강상담을, 치과의사는 구강진료를, 한의사는 한방진료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광명시 보건소 관계자는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분들의 지속적인 협조로 어르신들의 큰 호응을 받고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면서 “조기에 건강문제를 확인하고 평소 건강관련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어 어르신들은 주치의 방문 시 늘 반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이같이 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의 업무협약으로 경로당을 방문해 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경로당 주치의 제도의 법적 근거와 지역의 보건소가 경로당에서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담고 있다.
황 의원은 “농어촌 등 의료서비스 취약지역 어르신은 의료기관 접근성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기관이 경로당을 방문,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에서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 내에서의 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가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내에서 경로당 주치의제를 실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국가나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하는 ‘경로당 주치의제’는 환자의 안전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주치의제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으로 환자 쏠림 현상 등도 일어나 의료기관 간 자유경쟁 체제를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황 의원실 측은 제도의 수행 주체가 동네의원들이 되도록 하면 오히려 1차의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황 의원이 발의한 노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은 지자체와 의료기관이 경로당에 운동·영양 등 다양한 건강관리와 검진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인데, 개정안에 신설된 내용에는 경로당 주치의 행위 주체가 특정돼 있지 않고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의료기관’이라고만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계는 이번 법안이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만성질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노인 의료접근성과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복합질병이 많은 노인성질환에 대한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경로당 주치의제 도입보다 노인 정액제 상한 기준을 현행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인상해 어르신들의 부담과 진료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소가 경로당에서 노인 건강검진을 실시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이는 의료기관을 통해 제대로 된 건강검진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우려가 있고, 1차의료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일선 보건소들이 본연의 업무인 예방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민간의료기관에 전염병 관리를 위임하는 상황에서 전국에 약 6만4000곳에 달하는 경로당을 대상으로 보건소가 검진과 건강상담까지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황 의원실 측은 “현재 노인 독감예방접종 또한 보건소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민간 의료기관에 위탁해 실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같이 보건소와 지역 의료기관이 상생한다면 노인들도 혜택을 보고 1차의료도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법안의 목적 자체는 1차의료 활성화에 있다”면서 “향후 법안 제안 등을 설명할 때 이 점을 확실히 밝혀 그러한 목적으로 제도가 운영될 수 있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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