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키는 소액기부의 힘
세상을 변화시키는 소액기부의 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8.19 13:19
  • 호수 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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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43) 변호사. 그는 각종 매스컴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변호사 공익대상’을 받는 등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런 박 변호사가 최근 충격적인 선언을 한다. 자신이 사실상 파산에 처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변호사 사무실은 몇 달째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났고 개인 빚만 3억원에 달했다.
‘아버지 살해 무기수 김신혜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사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재심을 이끌며 세간에 큰 관심을 받은 그의 재정적 몰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줬다.
하지만 이도 잠시였다. 그가 다시 일어설 발판을 마련한 건 필요한 자금을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받는 ‘크라우드펀딩’(본지 505호 참조)을 통해서였다. 그는 지난 8월 11일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란 제목으로 펀딩을 시작했다. ‘스타 변호사’로 번듯하게 살 줄 알았지만 수임료를 전혀 받지 않아서 오히려 거액의 빚을 진 치부를 당당히 드러내며 대중들에게 자신이 공익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한 것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목표액 1억원을 훌쩍 넘긴 1억9000여만원을 모으며 펀딩에 성공한 것이다.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벗기는 일에 투신한 한 변호사를 위해 대중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은 것이다.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1990년대부터는 베푸는 나라로 변신했다. 덩달아 기부문화도 발전했다. 거액이 아닌 소액기부도 활성화 됐다. MBC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KBS ‘사랑의 리퀘스트’, SBS ‘기아체험 24시’ 등 지상파 3사에서 진행한 소액모금 운동은 매년 수십억원을 모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모인 돈의 사용처가 분명치 않다는 시각과 함께 이를 불신하는 이들이 늘었고 관심도 시들해졌다.
이 단점을 보완해 등장한 것이 크라우드펀딩이다. 박준영 변호사처럼 모금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돈을 어디에 쓸지를 명확히 밝혔고 모금액을 사용 뒤에는 투명하게 목록을 밝히면서 대중의 신뢰를 얻고 있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크라우드펀딩은 우리 사회가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가없이 이웃을 돕던 정(情)은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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