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힙합의 만남… 연극 ‘국밥’
판소리와 힙합의 만남… 연극 ‘국밥’
  • 이미정
  • 승인 2007.07.27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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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 열연… 극단 ‘자유’ 신작 김정옥 희곡 무대로

우리 고유의 음악 판소리와 대중 음악의 최전선 힙합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한 쌍.


이질적인 두 음악을 한 데 섞어낸 독특한 연극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극단 자유(대표 김정옥)가 8월 23일부터 9월 23일까지 정동 세실극장에서 선보이는 ‘국밥’.


지난해 창단 40주년 공연을 무대에 올린 유서 깊은 극단 ‘자유’의 신작으로 극작가 김정율의 희곡을 원로 연출가 김정옥이 무대로 옮긴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욕쟁이 할머니 떡수니가 굴곡진 한국 현대사와 맞물린 자신의 인생 역정을 구성진 판소리와 넋두리로 풀어내는 일종의 모노드라마다. 극 중간 중간엔 젊은 남성 히파퍼가 등장해 한국 현대사를 랩으로 읊으며 떡수니가 헤쳐온 시대를 설명한다. 떡수니의 구슬픈 판소리와 빠르게 흘러가는 힙합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지 자못 궁금하다.


무대의 배경은 쇠고기를 푹 고아낸 국물에 밥을 훌훌 말아넣어 돈 없는 서민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현대의 한 국밥집.


여주인 떡수니가 갖은 욕과 쌍소리로 손님을 맞이하지만 국밥집은 항상 손님들로 넘쳐난다. 국밥 만큼이나 은근한 정이 배어 있는 떡수니의 입담과 국밥 한 그릇만 시키면 순대와 깍두기는 물론 외상도 곧잘 내어주는 후한 인심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어느날 떡수니가 걸쭉한 욕과 질펀한 음담패설 뒤로 감춰뒀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실타래 풀듯 풀어놓으며 연극이 시작된다.


가장 한국적인 배우로 꼽히는 강부자<사진>가 걸쭉한 욕설 뒤에 한 많은 인생을 감추고 있는 떡수니 역할을 맡아 숨겨진 노래 솜씨를 보여준다. 극단 자유의 중견 배우 손봉숙이 강부자와 번갈아가며 떡수니를 연기한다.


히파퍼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K POWER가 맡는다. ‘어제는 그랬었지’라는 제목의 랩을 통해 5·16 쿠데타, 한일협정 조인, 베트남전쟁, 새마을운동, 전태일 분신, 10월 유신, 부마항쟁, 10·26사건까지 숨가쁘게 흘러온 한국 현대사를 훑는다.


여기에 코미디 ‘쓰리랑 부부’로 대중에게 낯익은 국악인 신영희씨가 고수로 가세해 극의 흥을 북돋운다. 신영희씨는 극 중간 중간 추임새를 넣고 떡수니의 욕을 거들며 감칠 맛을 더할 예정.


이 연극은 음악이 극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국내 무대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업적인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에는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안티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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