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
이 슬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6.08.26 13:56
  • 호수 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이 슬

하루살이만큼도 못 사는 어둠을
매일 다시 만날 수 있는 건
그들도 알을 낳기 때문이 아닐까.
풀 속에서 낮을 지내고 깨어날 어둠은
어제를 살았던 어둠이 아니다.

김영빈

**

쇠뜨기에 맺힌 이슬이 영롱하게 빛난다. 어쩌면 저렇게 맑을 수 있을까 감탄하는 사이 해가 뜨고 금방이라도 이슬은 방울방울 떨어져버릴 것만 같다. 매일 우리들의 아침은 밤사이 어둠이 낳아놓은 저 이슬들로 하여 한층 더 맑고 깨끗해져 있다. 이슬을 낳아놓고 사라져버린 지난밤의 어둠은 알이 부화하듯 어제의 어둠이 아닌 새날의 어둠으로 다시 올 것이다. 그래서 어제를 살았던 어둠이 아니다. 그러나 매일 아침이, 매일 밤이, 저렇게 가슴 벅차게 우리 곁으로 오는데 우리는 매번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는 또 그제 같다고 여긴다. 아침뿐만 아니라 저렇게 빛나는 순간들이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도 우리는 그저 흘려보내고 말 때가 있다.
저 쇠뜨기에 매달린 이슬방울들처럼 매 순간 빛나는 시간이 우리 곁에 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들이다. 그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자.
글=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