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즐기기 보단 이웃과 함께
‘혼술’ 즐기기 보단 이웃과 함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8.26 14:00
  • 호수 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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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인 tvN은 9월 5일부터 월화드라마로 ‘혼술남녀’를 방영할 예정이다. 작품은 ‘혼자 술을 마신다’는 뜻의 ‘혼술’을 즐기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식샤를 합시다’라는 작품을 통해 ‘혼밥’(혼자서 밥먹기)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혼술 문화를 담아낸 것이다. 방영된 예고편 속 주인공들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와 회식 자리를 과감히 포기하고 마트와 편의점으로 직행,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사며 행복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는 십여년 전만 해도 혼자 술을 마신다고 하면 알콜중독을 의심했다. 술이란 회사 동료 혹은 친한 친구와 선후배들이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마시는 것이란 인식이 강했다. 혼자 술을 마신다고 하면 알콜중독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혼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는 ‘관태기’라는 신조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를 합친 합성어로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관태기를 느끼는 청년들은 인맥의 유지나 관리에 피로감이나 회의감을 느끼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고 만남에 투자한 시간만큼 돌려받는 이익이 적다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SNS의 활성화 역시 이러한 관태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고민이 있어도 SNS를 통해 해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혼자놀기에 빠진 청년들과 달리 노인들에게는 고독사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살게 된 노인이 홀로 죽음을 맞고 한참 후에나 발견되는 고독사는 고령화 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어쩔 수 없이 고독해진 노인들과 홀로 외딴섬으로 들어가려는 청년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이 사회의 모순을 잘 보여준다.
대가족이 함께 지낼 때는 없었던 단어들이다. 청년들이 느끼는 관태기와 홀로 방치된 노인들은 결국 가족처럼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지 못하는 관계의 단절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서울 동작구에서는 공유부엌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사정으로 혼자 밥을 먹는 청년과 노인 등 이웃들이 함께 식사를 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와 경기 남양주시 등에서도 공유부엌을 통해 단절된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혼자가 편하다 하더라도 튼튼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결국 서로를 향한 진실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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