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장까지 진출한 국내 최고령 치어리더들
프로야구장까지 진출한 국내 최고령 치어리더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8.26 14:15
  • 호수 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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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놀이문화협회 실버 치어리딩팀 ‘낭랑 18세’
▲ 국내 최고령 실버 치어리딩팀 ‘낭랑 18세’(전통놀이문화협회 소속)는 평균 나이가 75세임에도 각종 대회에 입상하는 등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창단된 지 3년… 지난해 치어리딩 전국대회 수차례 입상
평균 75세에 50대 가까운 체력… 노인 댄스 강사에도 도전

치어리더는 수만명의 관중이 찾는 프로스포츠에서 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특히 프로야구에선 관중석 맨앞 응원 단상에 오르는 치어리더들을 ‘야구장의 꽃’이라고 부른다.
지난 5월 4일, 평균 나이 75세의 여성 어르신들이 꽃이 됐다. 국내 최고령 치어리딩팀 ‘낭랑 18세’(전통문화놀이협회 소속)가 기아-롯데와의 경기가 열린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무대에 올라 선수와 팬들의 흥을 돋웠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가로세로 대형이 갖춰지길 반복했다. 동시에 손에 들린 수십개의 펌(치어리딩용 응원 수술)들이 공중에서 살랑거렸다. 관중들은 이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을 추진한 조혜란 전통문화놀이협회 회장(한국치어리딩협회 전남지부장)은 “이 무대를 위해 어르신들이 한 달 넘게 손발을 맞췄다”며 “무대에 오른 어르신 12명의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8월 22일 오전 10시, 서울 방배동의 연습실에서 만난 ‘낭랑 18세’팀은 당시의 감동을 가슴에 품은 채 또 다른 행보를 위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요즘은 9월 말 열리는 천안흥타령축제를 대비한 합 맞추기에 한창이다. 일주일에 사흘(월·수·목 오전)씩 이뤄지는 연습에 20여명의 단원 중 결석자가 없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낭랑 18세’ 응원단은 3년 전인 2013년 9월, 조혜란 회장에 의해 창단됐다. 전통문화놀이협회에서 건강체조를 하던 어르신들에게 운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치어리딩을 접목시켰다.
단원들은 처음엔 팔 하나 드는 동작조차 어색해 했다. 생전 처음 입어보는 짧은 치마와 민소매 상의도 쑥스러웠다. 하지만 이어진 연습을 통해 기량을 갈고 닦았고, 곧 치어리딩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러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지난해에는 ‘행복한 생활체육 전국 치어리딩스포츠클럽 축제’ 일반부 은메달, 용인시 주최 ‘전국 치어리딩 페스티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청하는 기관도 많아졌다. 현재 지역 행사 등 다양한 곳에 초청돼 재능기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성취감을 얻은 단원들은 점차 응원 복장에 대한 부끄러움이 사라져갔다.
김도경 전통문화놀이협회 팀장은 “나이가 들어 피부의 탄력이 줄었다며 응원복 착용을 꺼리던 어르신들이 요즘엔 치어리딩복을 입은 모습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단원들의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전통문화놀이협회는 어르신들에게 수시로 보건소 등을 방문해 건강을 체크하라고 권하는데, 이때마다 50대에 가까운 체력이라는 진단을 받는단다.
팀의 조장인 김정이(71) 어르신은 “어깨와 무릎이 좋지 않아 팔을 쭉 펴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으나 이젠 펄펄 뛰어다닐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며 “요즘엔 횡단보도를 달려서 건넌다”고 웃었다.
20여명의 동료가 생긴 것도 단원들에겐 큰 행복이다.
팀의 맏언니인 김순덕(80) 어르신은 “올해 초 팀에 들어왔는데, 동료들이 ‘왕언니’라고 부르며 환영했다”며 “특히 수요일 연습 후 함께 도시락을 먹으면서 삶의 활력을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낭랑 18세’ 단원들은 앞으로 또래 노인들을 위한 댄스 강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전통문화놀이협회가 실시하는 노인 체육 전문 강사 육성 과정에 현재 15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조혜란 회장은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우리 어르신들은 몸도, 마음도 18세 청춘”이라며 “이런 모습들이 다른 어르신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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