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홍신 전 국회의원
소설가 김홍신 전 국회의원
  • 관리자
  • 승인 2007.07.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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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발해」 남기는 것 국회의원 열 번보다 낫다”

법륜스님 ‘30년 후 예견하는 지혜 얻으라’ 창작의욕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영광으로 알고 기뻐하길”

 

국회의원을 지낸 소설가 김홍신 씨가 대통령선거로 소용돌이 치고 있는 지금 대하역사소설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1980년대에 ‘인간시장’이라는 소설로 우리나라에 밀리언 베스트셀러 시대를 개척하기도 했던 그는 15대, 16대 국회의원시절 8년 연속 의정활동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17대 국회에서 낙선한 뒤 이번에 출간한 대하역사소설 ‘대발해’를 집필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김홍신 전의원을 만나 이번 작품과 최근 근황을 들어봤다.


소설가로 두 번씩이나 국회의원이 된 그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놓고 잠시 망설였다. 스케줄을 관리하는 레브커뮤니케이션즈의 장도선 과장에게 물으니 그쪽에서는 ‘선생님’이라고 하고, 작가도 그걸 좋아한다고 했다. 의정활동 1위를 한 소설가 출신 국회의원답다.


작가, 전 국회의원인 그가 장편소설 ‘김홍신의 대발해’를 써서 출간하자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국회의원 시절 의정활동 실적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그는 뛰어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16대 국회에서만 폴컴(POLCOM) 선정 2003년도 베스트 정치인, 경향신문·한국유권자운동연합·DAUM 공동평가 16대 국회의정활동 전체 1등, 동아일보·경실련 공동평가 16대 국회의정평가 전체 1위 선정 등 빛나는 기록을 갖고 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아쉽게 낙선했지만 의정활동 분야에서만큼은 지금도 알아주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는 독자들이 작품을 기다리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래서 제목이 ‘대발해’가 아니라 ‘김홍신의 대발해’다.


그가 쓴 가장 유명한 소설은 ‘인간시장’. 암울하고 답답하기만 하던 1980년대 중반에 이 소설로 일대 바람을 일으켰다. 장총찬이라는 정의의 사나이가 사회 구석구석의 부정과 비리, 불의를 응징하는 장면은 시대적인 아픔을 겪는 많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끌었으며, 이때 만들어진 영화는 지금도 가끔 유선방송이나 공중파방송의 명절 특선영화로 방영되기도 한다.


소설과 그것을 쓴 작가는 구분된다. 이것은 오늘날 문학을 이해하는 초보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소설가 김홍신의 경우는 동일한 면이 있다. 자신이 소설에서 주장한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온몸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할 수 있다.

 

1991년 경실련(경제정의실천 시민운동연합)상임 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그 연장선에서 국회에 들어가 2차례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그 외에도 김홍신 전 의원의 이번 작품이 언론에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우리 역사에서 잊고 살았거나 소홀히 다뤄 왔던 발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 작품을 출간한 것이 바로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김홍신 전 의원은 “천하대국인 당나라와 당당히 겨루었던 발해의 흔적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며 “우리가 스스로 버린 역사를 애통해하고 오늘의 우리 현실을 애통해한다면 훗날 우리 역사와 민족이 강건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에서, 정녕 발해를 복국(復國)하는 심정으로 멸망사를 뒤적였다”고 적고 있다.


‘멸망사를 뒤적였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김 전의원은 “어느 나라나 멸망할 때는 첫째, 내분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둘째, 지도자가 혼암(昏暗·어리석고 못나서 사리에 어두움)하며 셋째, 지도층이 호사를 누리고 넷째, 민심이 이반하며 다섯째, 외침(外侵)을 받는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위험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작가의 경계심과 우려의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운영에 대한 정책과 예산의 집행 등을 속속들이 봐온 그의 경험이 발해의 역사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한 몫을 했을 것이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사회 현상에 대한 우려와 전망으로 소설 속에 투영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해가 되살아나고 있다. TV드라마 ‘대조영’에서는 발해가 작아보이지만 발해는 큰 나라였다. 김홍신 작가도 15명의 황제를 비롯하여 대소 신료와 장졸 등 400여 명의 등장인물이 각축하는 큰 나라로 그려냈다. 발해의 ‘대무예’가 중국의 만리장성까지 쳐들어간 역사와 정치·군사·외교의 전략과 전술에 관한 사실을 실증자료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드라마 ‘대조영’에 나타나는 발해와 ‘김홍신의 대 발해’의 발해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도 독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대목이다. ‘김홍신의 대발해’에 대해 문답으로 알아본다.

 

-이번에 책을 집필한 이유는.


“가까운 이유로는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에 대한 반감을 들 수 있다. 멀리는 경실련 상임위원을 하던 1991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의 야욕을 그때 이미 일부 사학자들로부터 들어 감지했고 그것이 구체화되면서 창작의욕도 고조됐다. 정신적 스승인 법륜스님이 ‘발해를 우리 민족사에 남기는 것이 국회의원 열 번 하는 것보다 낫다’며 ‘30년 뒤의 대한민국을 예견하는 지혜를 얻으라’고 한 말씀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홍신의 대발해’는 어떤 소설인가.


고구려 멸망시기에 등장하는 대조영이 세운 발해가 멸망하기까지 229년 동안 사방 5천리(당시에는 10리가 5.6km였음)를 경략한 대제국 발해의 역사를 다룬 것이다.

 

-조선시대 지배계층의 다수는 중국에 사대의식을 지녔다. 그렇게 볼 때 발해를 우리나라, 우리민족사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구당서, 신당서, 발해국지, 위서, 한서, 후한서, 사기, 요사, 유취국사, 자치통감, 속일본기 등 외국 자료에서 발해의 정치, 사회제도, 문화 등을 이해하고 거기서 우리 민족문화를 발견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구려사 등에도 관련 자료가 있다. 또 경실련 활동을 하며 만났던 역사학자들과 같이 발해를 우리 역사로 이해하는 학자들의 견해도 많이 참고했다.”

 

-드라마 ‘대조영’이 인기를 얻은 것은 발해 창업 과정의 영웅적 활동들이라고 할 수 있다. ‘김홍신의 대발해’도 이 부분은 역시 뛰어나다. 그런데 멸망사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비참하게 그렸다. 국민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나 


그렇다. 나는 여러 나라의 멸망사를 연구했다. 역사소설에서 망하는 장면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로마제국쇠망사 같이 망해가는 역사를 쓴 책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 현실의 내분, 빈부격차, 민심이반, FTA 같은 일종의 외침 등에 대해 경고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망하지 않는 것은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과 기품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역사에서 되찾아 미래를 설정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집필했다.

 

-지금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도 가슴에 와 닿는다.


“진심으로 그렇게 이해하고 여기서 모두가 조심했으면 한다. 혼탁한 정치권과 민심이반이 나타나는 이런 단계를 넘어야 진정으로 우리가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뛰어넘지 못하면 정말 간난신고를 겪을 수 있다. 이를 이기기 위해서는 역사에서 그 지혜를 빌려야 한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이 우리 미래의 물살을 가르는 한바탕 흥겨움이 되고, 이로 인해 30년 뒤에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이 소설을 통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기뻐했으면 한다.”


박병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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