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서 보수 논객까지… ‘할배파탈’의 매력 발산
배우에서 보수 논객까지… ‘할배파탈’의 매력 발산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9.23 13:49
  • 호수 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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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젊은이들을 능가하는 매력을 지닌 고령의 남성, 이른바 ‘할배파탈’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사진은 요즘 할배파탈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재단사 여용기씨, 배우 박근형씨, 보수논객 전원책씨(왼쪽부터).

로맨틱 꽃할배 박근형, 영화 ‘그랜드 파더’서 반전매력
부산 ‘꽃할배’ 여용기씨 젊은이들 패션 유행 선도해
외모뿐 아니라 매너·지성 갖춘 고령층 남성도 각광

한동안 인기를 끌던 ‘꽃중년’ 열풍이 그들의 윗세대로 넘어갔다. 최근엔 매력적인 남성 고령자들을 지칭하는 신조어 ‘할배파탈’까지 등장했다.
‘할배파탈’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고령자들을 칭하는 말로, 할아버지를 가리키는 방언 ‘할배’와 치명적인 매력의 여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팜므파탈’의 합성어다. 꽃중년이 젊고 캐주얼한 40·50대라면, 할배파탈은 매너나 지성미를 갖춘 중후한 60대 이상의 남성을 일컫는다.
할배파탈들은 젊은이들을 능가하는 활약을 보이며 여러 분야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인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미디어에서 할배파탈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영화 ‘그랜드 파더’에선 로맨틱 꽃할배로 유명한 배우 박근형씨가 거친 액션을 선보이며 반전매력을 보여줬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아버지를 연기한 그에게 관객들은 찬사를 보냈다.
미디어 밖 세상에선 부산의 ‘꽃할배’로 불리는 여용기(64)씨가 대표적인 할배파탈로 꼽힌다.
재단사인 그는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로 공유하며 젊은이들의 패션 유행을 이끌고 있다.
발목까지 밑단을 접어 올린 청바지, 시선을 사로잡는 핑크색 로퍼(끈이 없는 굽이 낮은 구두), 정장 위에 걸친 항공 점퍼와 머리엔 페도라(중앙이 움푹 들어간 모자) 등을 걸친 모습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이런 그의 감각은 꾸준한 공부를 통해 얻은 결실이다.
38세가 되던 해에 9년간 운영하던 양복점을 접은 그는, 29년간 다른 분야에서 외유를 하다 지인의 소개로 재단일을 다시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복귀한 그가 처음 한 일은 시대의 흐름을 읽은 것.
평생 한번도 보지 않던 잡지도 보고, 인터넷을 검색해 최신 경향을 분석했다. 그렇다고 유행만 쫓진 않았다. 유행을 따라가면서도, 편하게 오래 입을 수 있는 양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여 씨는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을 보면 바지 기장이 하나같이 짧고, 꽉 조이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며 “그때부터 시작한 공부를 아직까지 계속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의학협회는 스스로 늙었다고 느끼고,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하며, 이 나이에 그런 일을 왜 하느냐고 말하는 것을 노인의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할배파탈은 이러한 기존의 노인이 지닌 틀을 깬다. 전문가들은 품격이 있는 어른을 갈망하는 사회의 욕구가 할배파탈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고 설명한다.
또한 초기의 할배파탈은 옷차림, 머리 모양, 안경 등 겉모습을 가꿔 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게 핵심이었다. 패션업체도 유명 스타들을 내세워 60·70세대를 공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매너·태도·지성미 등 내면의 매력이 뛰어난 고령자들도 할배파탈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시사프로 ‘썰전’(JTBC)의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자신의 논리를 화끈한 입담과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 특히 ‘사드’ 이야기로 격렬한 토론을 벌인 2월 18일 방송 후엔 강경한 정부의 대응을 바라는 시청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한편 게임계에선 인터넷 게임 ‘오버워치’의 ‘라인하르트’라는 캐릭터가 할배파탈의 매력을 풍긴다. 223cm의 큰 키와 함께 괴력을 지닌 이 캐릭터는 61세로, 모든 캐릭터들 중 최연장자이다. ‘힘’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등 상반된 매력도 지녔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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