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부터 질서유지까지… 지하철서 시니어 맹활약
안내부터 질서유지까지… 지하철서 시니어 맹활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10.21 10:52
  • 호수 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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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철도우미, 혼잡한 출퇴근 시간 시각장애인 안전한 이동 도와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오던 권영수(67‧가명) 씨는 최근 의미 있는 변신을 했다. 주2~3회 서울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 나가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해주고 있다. 출퇴근길 사람들이 몰리는 환승역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이때 권 씨가 무사히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역사 밖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권 씨는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로 활동하면서 앞을 못 보는 이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최근 어르신들이 서울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 시니어보안관 등으로 맹활약하면서 역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은 서울노인복지센터 외국어봉사회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외국인에게 길안내를 하는 모습.

시니어보안관, 이동상인 단속‧취객난동 저지 등 열달 새 3200여건 실적

권 씨처럼 지하철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인들로 인해 최근 각종 사고로 뒤숭숭한 역사(驛舍)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서울 지하철 37개 역에서 활동 중인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이하 지하철도우미)를 비롯해 지난해 12월부터 활동 중인 시니어보안관, 종로‧명동 등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지하철역에서 통역사로 활동하는 시니어 외국어봉사단의 활약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37개 지하철역서 활동

지난 10월 12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지하철도우미는 하루 평균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10명 이상인 시청역, 서울역 등 37개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 중 권 씨를 포함한 775명을 선발해 오전 7시~오후 7시까지 4교대로 운영 중이다. 지하철도우미는 주2~3회 하루 3시간씩 월 30시간을 활동하며 20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이용방법도 간단하다. 시각장애인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에 신청을 하면 지하철도우미가 예정된 시간에 나가 지하철 환승과 목적지까지 안내를 돕는다.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범 운영되는 사업이지만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 확보에 나선 노인들도 있다. 서울도시철도에서 운영 중인 ‘시니어보안관’들이다. 만 60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시니어보안관이 하는 일은 주로 열차 내 순찰이다. 5~8호선을 돌며 이동상인(잡상인)을 단속하고 승객이 불편을 겪는 일들을 찾아내 역무실에 신고한다. 승객이 두고 내린 물건을 수거해 분실물센터에도 맡긴다. 종착역에 입고되는 열차에 올라 잠자는 취객들을 내리게 하는 일도 이들의 주요 업무다.
공사는 2011년 9월부터 90여명을 선발해 지하철보안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주말 근무까지 담당하며 업무 피로도가 증가하자 상대적으로 승객이 적은 주말에는 시니어보안관을 투입하게 된 것이다. 현재 80여명의 시니어보안관이 활동 중이고 이들은 7200원의 시급을 받으며 주말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근무를 해 월평균 46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공사는 이를 통해 철도 보안 강화, 노인 일자리 창출, 평일 보안관의 업무 효율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승객들에게 쓴소리를 하고 취객이나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을 저지해야 하기 때문에 도입 당시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승객들 쪽에서 시니어보안관을 대할 때 예의를 갖추고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객관적인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시니어보안관 제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9월까지 시니어보안관들은 총 3200여건의 실적을 올렸다. 과태료 부과가 180여건이며 계도·훈방이 3000여건에 이른다.

시니어보안관에 시민들 협조

시니어 보안관으로 활동하는 김동윤(68) 씨는 “젊은 지하철보안관이 이동상인과 취객 등을 계도할 때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잦은데 시니어보안관의 경우 이런 말썽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안내도우미와 시니어보안관이 내국인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면 한국이 낯선 외국인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들도 있다. 한·일월드컵을 앞둔 2001년 발족해 15년째 활동중인 서울노인복지센터 외국인봉사회는 복잡하기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안국역과 경복궁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줄기 빛이 돼주고 있다.
노란색 조끼를 입고 ‘볼런티어’(자원봉사자,volunteer)’라는 글자가 박힌 모자를 쓴 이들은 매주 수·토요일 오전 10~12시 인사동 거리, 북촌 한옥마을, 고궁 등을 찾기 위해 지하철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
30여명의 봉사회 회원들은 젊은 시절 해외 연수나 직장생활 등을 통해 각 분야 외국어를 접해 외국어 구사가 유창하다. 또 매주 수요일마다 오후 1시~3시 사이 서울노인복지센터 문화교실에서 봉사활동 자체평가 및 토의를 실시하고 각종 외국어 수업을 들으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단순히 길 안내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당 관광지를 설명하면서 문화사절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강명준(77) 어르신은 “길 안내에 그치지 않고 관광지를 관람할 때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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